최말주가 최경주? '필드의 개명 열풍'

동명이인 피해서, 슬럼프 탈출 위해서, 이미지 변신 등 이유도 각양각색

'탱크' 최경주의 첫 이름이 최말주라는 사실이 놀랍다. 어릴 때 할아버지 친구가 권유해 개명했다.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바꿔, 다 바꿔."국회의원들의 선거운동 구호가 아니다. 올해 국내 필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명 열풍'이다. "같은 이름이 많아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려고", "보다 세련되게" 등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이성운은 실제 이시온(26ㆍ바이네르)으로 개명하고 나서 '톱 10'에 진입하는 등 성적이 훨씬 좋아졌다. 분명히 예전에 봤던 선수지만 이름이 달라진 선수들을 살펴봤다. ▲ "같은 이름이 너무 많아"= 김민선(20)은 리더보드에 '김민선5'로 표기된다. 동명이인이 4명이나 더 있기 때문이다. 이수지2는 그래서 아예 이심비(25)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 뒤에 숫자가 붙는 게 싫어서다. 2011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하다 시뮬레이션 골프대회인 G-투어로 자리를 옮겼다. "이수지가 3명이나 있다"며 "숫자 때문에 무거워서 못 치냐는 농담까지 들었다"고 했다.이정은은 무려 8명이나 된다. 이정은1~6이 모자라 이정은A, B까지 있다. 골프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정은(27ㆍ교촌F&B)은 '5'다. 지난 8월 삼다수마스터스에서 통산 5승째를 수확한 간판스타다. 8명의 이정은 중에서 이정은3가 이지우(30)로 갈아탔다. 현재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개명하고 새 출발"= 이시온이 대표적이다. 26년 간 써온 이름을 지난 7월 개명했다. "성스러울 성(聖)에 구름 운(雲)을 쓰는 성운, 인생에 구름이 낀 것 같아서 이시온으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2010년 투어에 데뷔했지만 사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개명 직후 초청탄산수오픈에서 8위에 올라 3년2개월 만에 '톱 10' 진입의 개가를 올렸고, BMW레이디스(22위)에서는 첫날 공동선두를 질주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한국프로골프투어(KGT) 4년 차 김준성(24ㆍ신영기술개발)은 지난 3월 개명에 합류했다. 종전 이름은 김휘수다. "부모님의 권유로 바꾸게 됐다"고 했다. 군산CC오픈에서 개인 최고성적인 공동 7위에 오르는 등 상금랭킹 35위(5780만원)로 선전 중이다. 김태훈(30)도 대표적인 '개명스타'다. 8년 동안 고생한 드라이브 입스를 극복하기 위해 김범식이라는 이름을 버렸다.▲ "좀 더 세련되게"= KLPGA투어 12년 차 베테랑 박서영(30)의 옛 이름은 박햇님이다. 지난해 7월 거금을 투자해 작명소에서 새 이름을 받았다. "앞길을 잘 펼쳐 순항하라는 뜻"이라며 "햇님이라는 이름이 너무 어리다는 느낌이 들어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웃음을 곁들였다. 개명 이후 KDB대우증권클래식에서 9위로 선전했고, 상금랭킹 62위(6618만원)를 달리고 있다.2015 프레지던츠컵에서 부단장으로 맹활약한 '탱크' 최경주(45ㆍSK텔레콤)의 첫 이름이 최말주라는 사실이 놀랍다. 전남 완도에서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고, 현재 이름은 아주 어렸을 적 할아버지 친구가 권유해 개명했다. 이름을 바꾼 덕분이었을까.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통산 8승을 쓸어 담아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성운은 이시온으로 개명한 뒤 '톱 10'에 진입하는 등 실제 성적이 좋아졌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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