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타결로 일본이 엔저(엔화약세)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의 파상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차부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한국산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의 영향은 업종별, 기업별 영향이 엇갈리지만 자동차 부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대체로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6일 무역협회와 KOTRA, 업종별 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부품 분야에서는 TPP와 엔저의 이중고가 겹치며 우리 기업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TPP가 발효돼 관세가 철폐되면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TPP 역내 국가인 미국이나 멕시코 등에 공장을 둔 기업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부품업계는 완성차 기업과의 미국시장 동반진출 전략을 모색하거나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을 제고하는 등 중장기적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으로 추정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자동차 부문 관세율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지만 이번 TPP 협상 타결로 일본도 관세율에서 비슷한 혜택을 받게 된다. 관세 혜택 우위에서 동등 입장이 된 것일 뿐 불리한 입장에 처한 것은 아니다. 현대기아차와 부품업체들은 이미 미국과 멕시코에 동반 진출해 TPP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최근 환율도 우호적인 상황이고 미국에서의 자동차 판매도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미국 내 대형 세단시장에서 지난 7월 렉서스를 제치고 3위에 올라선 데 이어 8월에는 렉서스와 독일 BMW를 누르고 사상처음 2위로 올라섰다. 다만 닛산, 마즈다 등 일본 등에서 직수입하는 메이커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우리 자동차의 수출에 다소간의 영향을 줄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전망했다.섬유ㆍ의류 업종은 우리 기업의 현지화 전략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내서 생산돼 수출되는 제품은 피해가 우려되지만 섬유ㆍ의류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은 미국, 일본 등 TPP 역내 지역 수출 시 12%인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한세실업, 영원무역, 태평양물산 등 의류업체 대부분이 생산거점을 베트남 등 해외로 옮긴 상태다. 최대 섬유ㆍ의류 수출국인 중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아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경쟁력도 갖추게 됐다. 일부 국내 기업은 이미 원사 공장을 베트남에 짓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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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업종의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산 TV, 냉장고 등에 약간의 가격 효과가 예상되지만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주력 품목은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현재도 관세가 없기 때문에 TPP 영향이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TPP 협상 타결이 전자 업종에 미칠 영향이 미미한 관계로 회사 차원의 대비책도 거의 없다"면서 "TPP보다도 엔화 및 위안화 대비 원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고기능 제품 마케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미국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지 않은 데다 일본 제품의 가격대가 높아 관세 인하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스틸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중국과 대만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기계류는 전통적으로 일본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에서는 유가 하락과 수요 감소로 시장 자체가 어려운 만큼 경쟁보다는 협업으로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무역업계는 TPP가 우리나라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32.4%(3553억달러)에 달하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보고 정부에 조속한 가입을 촉구했다. 무역협회는 논평을 내고 "이제 우리나라는 TPP에 후발 주자로 참여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특히 제조업 강국인 일본과 FTA 협상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무역업계도 구체적 대응 전략 마련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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