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핫피플] '가방에서 사람을 본다'…석정혜 쿠론 이사

제조회사 정리하고 자투리로 만든 가방이 '대박'길 위에서의 첫 주문에서 5년만에 12만개 판매쎄콰트레 등 잇딴 히트상품 개발…"쿠론의 경쟁자는 쿠론 뿐"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운영하던 가방 제조회사를 정리하고, 공장에 남아있는 가죽으로 별 생각 없이 핸드백을 만들었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 어디서 샀느냐고 물었고, 쓰던 명함들 건넸다. 다음날 전화가 왔다. 그게 첫 주문(order)이었다.국내 잡화업계의 신화가 된 쿠론(COURONNE)의 스테파니 백, 그 중에서도 첫 제품은 이렇게 팔렸다. 이후 5년여만에 12만개. 국내 브랜드 핸드백 중 단일모델로는 최대 판매량의 기록을 가진 스테파니는 길 위에서 태동했다. 지금은 코오롱의 일원이 된 쿠론의 창업자는 석정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이사로 가방의 실제 디자이너다. 핸드백이나 구두를 '우리 아이'라고 부르는 예능적 캐릭터를 전문가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면 이런 느낌일까. 석 이사에게 가방은 운명이고, 재능이고, 세상을 보는 틀이다. '스테파니', '쎄콰트레' 등 가방 고유의 명칭도 제품의 '얼굴(석정혜 이사의 표현)', 그러니까 완성본을 본 뒤에 떠오르는 이미지로 짓는다는 그다. "관상이라고 하죠. 사람 얼굴을 보면 성품이나 운명이 보인다고해요. 전 가방을 보면 보이더라고요. 사람의 취향, 성격, 스타일. 오래두고 보면 그 첫 느낌이 대강 맞아요.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딱히 가방 디자인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하고싶은 걸 쫒다가 여기까지 온 셈이니, 인연인 것 같긴해요."
한섬의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가방 전문 제조회사를 차렸고, 15년을 운영했다. 돈을 벌기위해 매일을 버티는 기분이 들어 어느 날 문을 닫았고, 마지막을 쥐어짜듯 자투리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었다. '길 위'에서의 첫 주문 이후 SNS에 올린 가방에 대한 반응은, 석 이사에게 확신을 심어줬다. "이건, 대박이다." MCM, 루이까또즈, 메트로씨티, 닥스 등 기성 브랜드와 쿠론, 덱케, 루즈앤라운지 등 신흥 브랜드가 국내 잡화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의외로 경쟁브랜드는 꼽지 않는다. 그는 "쿠론의 경쟁브랜드는 오직 쿠론"이라고 힘줘 말했다. "시장을 선도하기위한 변화는 추구하지 않아요. 그저 스스로 그 필요성을 느껴 바뀌는걸 원하죠. 인터넷 덕에 유행이나 정보는 모두 열려있어요. 건축물부터 대리석의 무늬까지, 모든 것이 가방의 아이템이예요. 결국 감성의 싸움이고, 쿠론의 감성을 이길자는 결국 쿠론뿐인거죠."실제로 올해 가을·겨울(F/W) 시즌 쿠론의 캠페인(Shaped for Contour)은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특히 그가 강조하는 건축의 5대 요소와 아름다운 컬러 블로킹, 간결한 디자인을 반영했다. 독특한 가죽 소재와 콤비 스타일, 컬러 블로킹, 그리고 반달 모양, 사다리꼴 모양 등의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한 가방들이 제안됐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소재 개발로 대리석, 시멘트, 창틀과 같은 건축물의 요소가 반영된 가죽들이 사용됐다. 시멘트의 거친 표면을 보여주는 '몰튼' 시리즈, 각각 대리석 무늬와 건축물의 창문을 연상시키는 '쎄콰트레 로쉐', '잔느레'등도 선보인다.
평소 예술가 기질이 강한 그지만, 사업수완으로 치자면 동물적 감각을 가졌다. 2009년 론칭시킨 쿠론은 2010년 코오롱에 인수됐고, 이듬해 12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기준 63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710억원이 목표다. 기성 브랜드들이 이정도로 성장하기까지 10년 이상이 필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례없이 가파른 성장이다.앞으로의 쿠론은 보다 유연한 브랜드로 변화시킬 계획이다. 핸드백 뿐 아니라 구두, 패션영역에 대한 진출 가능성도 열려있다. 해외진출 역시 미국을 거점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젠 유행이 없어요. 자기 스타일을 찾는 게 유행이죠. 회사가 성장하면서 덩치는 커졌지만, 속도감을 잃지 않는 브랜드가 될 겁니다. 그게 '쿠론'이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방법이예요."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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