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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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 문제로 부부 관계는 악화됐고, 폭력까지 이어지면서 가정은 위태로워졌다. 이윽고 남편은 2010년께 시중 은행 4곳에서 현금 12억원을 출금해 자취를 감췄다. 부인은 남편이 거액의 돈을 출금해 사라진 뒤 거주지는 물론 생사도 알 수 없었다. 남편 이름으로 된 아파트라도 지키겠다는 심정으로 이혼을 결심한 뒤 법원에 문을 두드렸다. 부인은 '공시송달(公示送達)'에 의한 방법으로 이혼소송을 진행했다. 공시송달은 상대의 주소를 알 수 없어 통상적인 방법으로 서류를 보낼 수 없을 때 당사자 신청이나 법원이 직권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법원 사무관 등이 송달할 서류를 보관하고 그 이유를 공보나 관보 또는 신문에 게재하는 방법과 법원게시판에 게시하는 방법이 있다. 재판부는 "재산 취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부부가 노력해 형성 또는 유지한 공동 재산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 "재산분할 비율을 50 대 50으로 해 7억9600만원씩 나누라"고 판결했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공시송달에 의한 이혼 소송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부부 일방이 어느 날 재산을 챙긴 뒤 자취를 감추더라도 법원의 이혼소송 등을 통해 재산을 분할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공시송달에 의한 이혼 판결로 재산분할이 결정되더라도 상대방은 '추완 항소'를 통해 다시 재판을 받아 재산분할을 재정리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173조는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아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게을리 한 소송행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법원의 한 판사는 "공시송달에 의한 이혼이 결정되더라도 추완 항소라는 구제 수단이 있기 때문에 대응할 방법이 있다"면서 "이혼 결과에 불만이 있다면 추완 항소를 통해 다시 재판을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