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응기자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우주에 우리뿐이라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 아니겠니."조디 포스터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콘택트'에 나오는 대사다. 외계인의 존재 여부를 궁금해하는 많은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명대사다. 영화의 원작소설을 쓴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인식 혹은 바람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간의 낭비라는 것은 철저히 인간 본위의 인식 틀이므로 저 광대한 우주의 진실을 헤아리는 데에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우주에는 은하가 대략 1000억개 있고, 각각 은하에는 1000억개의 별(태양처럼 빛을 내는 항성)과 1000억개 이상의 행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 차원에서 보면 지구와 인간은 미립자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어쩌면 우주의 아득한 광대함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위대해 보인다. 굳이 공간의 낭비 같은 이성적 사고를 하지 않더라도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다른 생명체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 상상이 현실을 향해 큰 발자국을 내디뎠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에 염류가 포함된 물이 흐르는 흔적을 발견했다고 중대발표를 했다. 과거에 흘렀다거나, 얼음 상태가 아니라 지금 '소금물 개천'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물이 있다면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물론 인간 같은 고등생명체가 아닌 미생물 정도일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인류의 관념과 인식체계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이 될 것이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도 미생물에서 비롯됐다는 게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우주 어딘가에 고등생명체가 있을 것이란 추측도 공상이라는 외피를 벗어던지게 된다. 'ET' 등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 소설이나 영화 속 외계인은 '침략자'로 그려져 왔다. 장년 이상에게는 미국의 TV 드라마 '브이'에서 생쥐를 꿀꺽 삼키던 파충류 외계인(섹시한 여성의 탈을 쓴) '다이애나'의 충격적인 모습이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두려움에는 칼 세이건의 통찰력이 약이다. 그는 저서 '코스모스'에서 '그들(외계문명)이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동족이나 다른 문명권과 어울려 살 줄 아는 방법을 이미 터득했음을 입증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지구 내에서 선진 문명이 후진 문명을 야만적으로 파괴했던 우리 안의 죄의식 때문에 외계인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그래서 문제는 남는다. 우주에 평화로운 고등문명이 다수를 이룬다면 지구는 그 대열에 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장준환 감독의 문제작 '지구를 지켜라'에서 외계인들은 인간의 공격성과 폭력성 등을 이유로 들어 지구를 폭파시키고 만다. 외부의 충격은 내부를 돌아보게 만든다. 지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중대발표에 흥분하면서 한편으론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주적 오지랖에 빠져들게 된다.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