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재신임' 블랙홀…지도부 '사분오열'

주승용 "재신임 투표 강행하려면 저를 밟고 가시라"전병헌 "우리 당에 승복의 문화가 사라졌다"오영식 "재신임 투표 철회하고 통합 행보 나서야"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18일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두고 또 다시 격돌했다. 최고위원들은 한 목소리로 당의 '단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속내는 제각각이다. 새정치연합 창당 60주년 기념일인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선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두고 최고위원간 감정 섞인 발언들이 오갔다. 당사자인 문 대표는 추석 전에 재신임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관련 발언을 자제했다. 이를 두고 맞서오던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정감사에 대해서만 언급했다.포문은 비주류인 주승용 최고위원이 열었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비주류의 반발 속에 당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이 통과된 이후부터 비판의 강도를 높여왔다. 그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당을 하는 동지들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패권정치의 망령이 엄습했다"고 비판했다.주 최고위원은 이어 "당내 구성원들의 반대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대표의 재신임 문제가 당을 단합이 아닌 불신의 늪에 빠뜨리게 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조선시대 왕의 재신임과 같은 선위파동은 항상 비극의 서막으로, 세자들이 죽고 정치는 극단으로 분열했으며, 또 분열은 피비린내 나는 당쟁으로 치달았다"고 말했다.주 최고위원은 또 "대표의 재신임은 우리 당의 비극의 서막 될 수도 있다"며 "그래도 강행하신다면 저를 밟고 가시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대표께서는 제가 허구한 날 듣기 싫은 소리만 하고 발목을 잡는다고 힘드신 듯하다"면서 "제 나름대로 당의 통합을 위해 드리는 말이니 이해해주시고 당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주류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마이크를 넘겨받자 "비공개 회의 때 했으면 좋았을 걸 안타깝다"며 주 최고위원의 발언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우리 당의 역사를 되새겨 보니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 다가오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면서 "그것은 김대중과 노무현은 한 몸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두 당사자도 아닌 사람이 당을 분열시키고 자기의 정치적 이해에 의해 갈라놓으려는 이런 행태와 시도는 민주당사의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며 "더 이상 용납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언제부터인가 우리 당에 승복의 문화가 사라졌다"며 2·8전당대회에서 패배한 비주류 측을 비판했다.문 대표와 가까우면서도 재신임 투표에는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 온 오영식 최고위원은 거듭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구했다. 오 최고위원은 "중앙위원회 결과는 존중돼야 한다"면서 "다른 생각도 중앙위 결과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하며 더 이상 당에 생체기를 내고 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발언은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오 최고위원은 "이제 재신임을 포함해 당내 논란과 분열적인 행태를 끝내야 한다"면서 "대표께서는 재신임 투표를 철회하고 당 중진들의 의견을 심사숙고해 뜻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께서 당의 통합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치적 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당 중진 의원들은 전날 회동에서 지도부 비판 자제와 당의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이날 문 대표와 회동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재신임 투표의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추석 전 재신임 투표를 마무리하겠다는 문 대표의 의지가 여전히 강한 상태여서 최고위원들과 중진 의원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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