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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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계·출산계부터 라식계·성형계·점빼기계까지 종류도 다양…계주 도망가는 게 가장 큰 문제 소송해도 돈 돌려받긴 힘들어※이 기사는 돈을 '쩐의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의인화해서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 '곗돈 탔네 곗돈 탔어!', 운수가 좋아 행운을 잡거나, 눈먼 돈이 생겼을 때 이런 말들을 하지? 반대로 '계(契) 타고 논문서 판다'는 옛속담도 있어. 어쩌다 운좋아 큰 횡재를 해도 제대로 간수를 못하면 논 문서, 땅 문서를 팔 정도로 살림이 거덜날 수 있다는 뜻이야. 계모임과 관련된 말들이 아직도 쓰이는 걸 보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계'라는 협동조직을 하기 때문이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두레, 품앗이, 향악을 하는 사람은 없어도 계모임을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걸 보면 '계모임'이란 게 참 오래토록 유지되는 풍습인 것 같아. 혹자는 계를 두고 소시민들이 큰 돈을 만들 수 있는 방편이라고 하고, 우리식의 독특한 파티문화라고도 하지. 그래선지 공동체 문화가 사라지면서도 여전히 그 명맥은 유지되고 있는거야. 계모임에 대해서 우리가 필히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계모임 하면 좋은 이유는? 라식계ㆍ점빼기계까지? 종류도 가지각색ⓛ쉽게 큰 목돈을 만질 수 있다 ②세금을 떼지 않는다 ③사회적 교류도 폭넓게 할 수 있다. 계모임을 하면 좋은 점들이야. 특히 단순히 친목모임용 계라기보다 어떤 목적에 맞춰 계모임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 가령 여행계나 결혼계, 출산계, 경조사계 같은 것들이지. '미용계'라고 해서 라식계나 성형계, 점빼기계 같은 것들을 하는 사람들도 있대. 직장인 김소현(29세ㆍ가명)씨도 마찬가지야. 김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동창 4명이 한달에 3만원씩 모아서 홍콩도 다녀왔대. 이젠 다들 결혼적령기가 되서 축의금 용도로 모으려고 한대. 꼼꼼하고 돈계산이 빠른 김씨가 5년동안 쭉 계주를 한다고 하네. 이달 결혼한 이성윤(33세ㆍ가명)씨도 친목모임 겸 해서 중학교 동창들 8명이 계모임을 하기로 했대. 기혼자는 3만원 미혼자는 5만원 정도로 해서 경조사비 충당용으로. 김씨는 "계를 만들어 모임을 하면 아무래도 참석률이 높을 것 같아서 친목모임겸 겸사겸사 만들게 됐다"고 했어. 10대들도 계를 해. 특히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이들끼리 만드는 '길드계'라는 게 있어. 주로 사이버머니 몰아주기 내지는 아이템을 몰아주는 방식의 계를 조직한다고 해. 길드계에 들어있는 한 명이 비싼 아이템이 필요할 때 아이템을 하나 맞춰줄 수 있게 자기의 아이템을 내놓는 방식으로 하는거야. 그러니까 작은 아이템을 십시일반해 큰 아이템을 살 수 있게 돕는거지. 번호식 계를 그대로 따라서, 여러 번 참여하지 않는 자의 권한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한다고해. 이런 계모임은 웹상으로 이뤄져서 유대가 강하진 않지만, 우리 엄마들이 하는 계모임의 양식을 그대로 따온 것이지. ◆계주 역할 하는 모임통장도 꾸준히 순항 중돈을 얼마씩 모아 거두는 계모임이 여전히 많다보니 시중은행들이 만드는 '모임'통장도 꾸준히 인기야. 우리은행의 모임통장인 '우리u모임통장'은 2012년 말 기준 1만938좌였던 구좌수가 2013년 말 1만4261좌, 2014년 말1만7039좌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기업은행이 2011년 선보인 'IBK모임통장'도 8월 말 기준 구좌수가 10만4772좌로 작년말보다 3216좌가 늘었어. 2012년말 8만4353좌에서 2013년말에는 9만4995좌로 13%가 늘었고 2014년말(10만1556좌)에 10만좌를 돌파한거지. 특히 이런 통장들은 모임 회원의 기념일을 통장 예금주에게 SMS로 알려주는 '통지서비스'나 회원별 연간납입액, 미납액 등을 자동으로 관리해 주는 '회원관리' 메뉴가 포함돼 있어서 계주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대. 대부분의 계가 동창회 같은 모임을 끼고 있고, 부조금 납부나 여행 같이 목적이 있는 만큼 서비스도 다양해. 경조화 배달 서비스나 해외여행 인터넷 예약, 동창회 홈페이지 제작 할인 서비스같은것도 있어. 계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서비스가 마련된 것도 있는데 출금 한도금액 제한 서비스가 마련된 대구은행 3355 총무통장이 그래. 여기에 '모임금융자산 보호(안전)서비스'기능이 그건데 하루에 출금할 수 있는 한도금액을 지정할 수 있고 비밀번호 변경 또는 통장 재발급 등 은행이 지정한 몇 가지 사유가 발생했을 때는 SMS 통지를 해주기 때문에 배임이나 횡령 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해. ◆곗돈 사기당하면 배임죄ㆍ사기죄 소송 가능…돈 받아내는 경우는 드물어하지만 계모임엔 리스크도 있지? 계주가 모은 곗돈을 들고 달아나는 '계주 리스크'와 먼저 돈을 타간 계원이 나중에 곗돈을 붓지 않는 '계원 리스크' 이 두가지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해. 물론 이중 더 리스크가 큰 건 계주 리스크지. 일단 계가 조직되면 계주는 곗돈을 모아 순서가 정해진 계원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어. 이를 계원한테 안주면 형법상 배임죄에 해당돼. 계원들도 돈을 갖고 튄 계주에게 배임죄 혐의의 고소를 할 수 있지. 형법 제355조에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할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고 있어. 계주가 곗돈을 들고 튀면 이 법으로 고소를 할 수 있는거야. 계주가 애초부터 곗돈 나눠줄 생각은 없이 돈만 하려고 했을 때는 더 강한 법의 처벌을 받아.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도 성립이 되거든.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이지. 특히 갖고 튄 곗돈이 5억이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의해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대. 문제는 이런 형법상 배임죄나 사기죄로 고발한다고 해도 이건 어디까지나 형법상 처벌에 관한 문제라 곗돈을 돌려받는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거지. 곗돈을 다시 받으려면 민사소송을 해야하는데 계주 대부분이 돈을 다 써버린 경우가 많아서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돈을 되돌려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대. 그러니까 계주는 반드시 신용이 있는 사람과 하는 게 중요하단 거, 누군가 곗돈을 들고 튀어도 사법적으로 돈을 고스란히 돌려받긴 힘들다는건 꼭 알아둬.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