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필수기자
전필수 증권부장
지난주 최대 화제는 중국의 전승절(戰勝節)이었다. 70주년 기념인 데다 요즘 부쩍 커진 중국의 위상을 과시하려는 듯 어느 해보다 성대하게 치러져 화제를 모았다. 1만2000명의 중국군과 17개국 1000여명의 외국군이 참여한 열병식에서 최신 무기들을 전 세계에 시위하듯 선보였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유물이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등장, 중국이 이제는 경제뿐 아니라 군사력으로도 강국임을 과시했다. 중국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들을 보노라니 지난 5월9일 열린 러시아 전승절이 떠올랐다. 당시 러시아도 열병식에서 최신예 무기들을 선보이며 막강한 군사력을 뽐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관계가 악화된 서방국가들에 "우리 힘은 여전히 막강하니 까불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중국과 러시아 전승절 모두 1945년 끝난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한 날이다. 중국 전승절의 공식명칭은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일'이다. 러시아는 2차 대전을 '대조국전쟁'이라고 부른다. 독일 파시스트에 맞서 조국을 지키는 전쟁이었다는 뜻이다.2차 대전의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은 모두 파시즘 국가였다. 파시즘은 인간 평등을 부정한다. 독일 '나치'는 우월한 게르만족이 유럽을 지배해야 한다고 독일 국민을 선동했다. 대공황으로 피폐해졌던 독일인들은 환호하며 다른 민족, 국민을 죽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수백만 명의 유태인이 수용소에 갇혔다 살해당했고, 그보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희생됐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천황의 적자'임을 내세워 1등 국민인 일본인이 다른 아시아인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설파했다. 역시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인들은 침략전쟁을 열렬히 지지했다. 중국을 침략하는 군대의 출정식에는 수만 명이 몰렸고, 전쟁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할복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중국 난징(南京)에서 민간인 수십만 명을 학살하고 조선인을 인간 '마루타'로 만들어 생체 실험했다. 수많은 전쟁범죄가 천황의 이름으로 오히려 미화됐다. 독일과 일본의 파시즘은 '선민의식'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들과 싸움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들이다. 각각 1000만명 이상의 국민이 파시스트들과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다. 올해 잇달아 열린 화려한 열병식이 새로운 선민의식의 표출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