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사장)
노타이와 청바지…자유와 창의의 소리 없는 발언기업 신제품 '언팩' 현장…CEO들의 패션도 언팩하다[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지난 13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미국 뉴욕 링컨센터 '삼성 갤럭시 언팩 2015' 행사장. 1000여석 규모의 앨리스 툴리 홀을 가득 메운 전 세계 미디어와 투자자들 앞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대표는 네이비 컬러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셔츠는 화이트 컬러로 전체적으로 심플하게 떨어지는 느낌을 냈다. 타이 없이 셔츠 윗 단추를 풀어 격식을 차렸으나 너무 딱딱하고 공식적인 느낌은 뺐다. 포인트가 된 행커치프 역시 톤 다운된 그레이 컬러로 '깔끔한 인상'을 줬다.삼성전자가 대화면 프리미엄폰 시장을 겨냥한 '갤럭시 노트5'와 '갤럭시S6 엣지+'의 제품 콘셉트에 맞춘 의상 선택이었다는 게 언팩을 준비한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메탈과 강화유리의 조합, 투 톤 컬러로 도시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제품 디자인과 어우러지도록 깔끔하되 편안한 정장을 선택했다는 것. 언뜻 보기에는 그냥 깔끔한 정장이지만 통이 큰 이른바 '아저씨 양복'이 아닌 슬림핏의 세련된 정장을 선택한 것도 제품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서는 대표의 의상까지도 제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처음으로 '양면 엣지 디자인'을 선보인 지난 3월 초 스페인 언팩에서도 신 대표는 블랙 정장에 화이트 셔츠, 화이트에 가까운 옅은 컬러의 행커치프로 깔끔한 인상을 남겼다. 전략 스마트폰 공개 행사에 오르는 발표자들은 제품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말 한마디부터 동작 하나까지 주목받는다. 그가 입고 있는 옷 역시 제품 설명의 일부가 된다. 간접적으로는 기업의 분위기부터 적극적으로는 제품의 디자인까지 고려하는 발표자들의 의상은 제조사별로 특징을 갖고 있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아시아경제 DB
가장 먼저 '신제품 PT 패션'이 화제가 된 건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다. 전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는 공식석상임에도 자유로움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검은색 목폴라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는 잡스의 트레이드마크를 넘어 애플 신제품 발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공식적인 자리라는 틀 안에서 딱딱하게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제품을 선보여 친근감을 유도하기 위한 방식이다. 이는 애플의 자유로운 기업 분위기와 아이폰 사용자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함축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람이 아이폰을 쓴다는 이미지가 잡스의 반복된 PT 패션을 통해 은연중에 심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잡스에 이어 CEO 자리를 이어받은 팀 쿡 역시 신제품 발표 시 윗 단추를 한두 개 푼 짙은 컬러의 셔츠와 청바지, 운동화를 즐겨 신고 있다. '중국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샤오미는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 소개 방식까지 애플을 대놓고 따라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레이쥔 샤오미 CEO는 회사 설립 초반 제품 소개 프레젠테이션에서 청바지에 검은색 티셔츠 혹은 검은색 목폴라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한 후 발표 방식까지 잡스를 모방해 '중국의 잡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레이쥔은 애플의 기업 문화와 잡스의 경영 스타일을 꼼꼼히 분석해 이를 샤오미에 투영했다. 이 같은 방식은 현재까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2011년 첫 스마트폰을 출시 때만 해도 '짝퉁 애플'이라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했으나 지난해부터 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거머쥐고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역시 '톱5' 안에 들면서 이제 오히려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
LG전자 역시 신제품 발표자의 의상에 제품의 대표적인 특성을 녹여냈다. 조준호 LG전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4월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프리덤타워에서 열린 전략 스마트폰 'G4' 공개행사에 네이비 컬러에 얇은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정장에 붉은 계열 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행커치프 대신 붉은색 배지로 포인트를 줬다. 조 사장은 MC사업본부장으로서 글로벌 무대에 첫 인사 격인 자리라 정장을 갖춰 예의를 표했으나 이보다 캐주얼하게 진행된 국내 발표 행사에서는 레드 스트라이프 셔츠에 블루 컬러 면바지, 브라운 컬러 로퍼를 신은 발표자가 등장해 청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패션은 대표 컬러가 브라운인 G4의 천연가죽 후면커버와 똑 떨어지게 어울렸다. 국내 발표를 진행한 최종서 LG전자 MC사업본부 상품기획FD 부장은 당시 "G4의 가죽 커버와 어울리는 의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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