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세수 1조892억원 확충…고소득자·대기업 부담 커져(종합)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6일 발표된 2015년 세법 개정안은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 부담을 늘려 세수를 확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세법 개정을 통한 세수 증대효과는 1조89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개정안(568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경제 살리기에 방점=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번 세법 개정에 대해 "경제활력 강화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여파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데 이어, 세제에서도 경기부양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여기에는 우리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으로 꼽혀온 2분기가 메르스 충격을 받으며 당초 기대에 못미쳤다는 판단이 배경이 됐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은 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그나마 회복기미를 보이던 소비 역시 메르스에 발목잡힌 상태다. 경제성장률은 5분기 연속 0%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성장률 3%대는 지키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먼저 정부는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미래세대인 일자리 문제에 팔을 걷었다. 당장 내년부터 정년연장제도가 시행되며 3~4년간 청년고용절벽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년 일자리 창출에 세제 지원을 쏟기로 했다. 일자리 문제가 곧 경제성장률과 직결되는 주요한 문제라고 본 것이다.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가 증가한 기업에 대해 1인당 500만원(대기업 250만원)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청년고용증대세제가 대표적이다. 또 신규로 5명 이상 고용하는 창업기업에 대해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이연 범위를 기존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확대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등에 대해 소득세 감면율을 50%에서 70%로 높이기로 했다. 세법 개정안에는 소비를 활성화하고 메르스 충격을 받은 관광·문화 산업이 회복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5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끊기 위해서는 내수 소비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정부는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공제율을 1년간 50%로 높이기로 했다. 당초 기재부는 소비유발 효과가 큰 신용카드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를 고려해 제외했다. 아울러 대형 TV,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녹용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를 폐지하고 명품가방 등 고가 사치품에 대한 개소세 부과 기준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렸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일정금액 이하 물품에 대해서는 사후환급 대신 사전면세를 허용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미용성형을 할 시 부가가치세 사후환급제도도 1년간 도입한다. 창작공연에 대한 부가가치세도 면제된다. 해외직구를 이용 시, 지금까지는 계약과 상이한 물품에 대해서만 1년 이내 관세를 환급해왔으나 앞으로는 단순반품도 6개월 내라면 환급을 허용해주기로 했다.민생안정 측면에서는 근로자의 재산형성을 돕고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어민 등 상대적으로 경제기반이 좁은 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펀드에 대한 과세체계 개선 등은 개인재산을 형성할 수 있게 세제상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ISA의 경우 계좌에서 발생하는 손익을 통산하고 만기 인출 시 발생소득을 200만원까지 비과세한다. 초과분은 통상 펀드보다 5%포인트 낮은 9% 저율로 분리과세한다. 특히 청년 또는 급여 2500만원이하 근로자, 소득 1600만원 이하 사업자의 경우 의무가입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시켰다.아울러 중소기업 핵심인력들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이 지급하는 성과보상금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50% 감면해주고, 중소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내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1인당 200만원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자영업자 지원 측면에서는 음식점업의 어려운 최근 경영여건을 감안해 농수산물 의제매입 세액 공제한도 특례를 내년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영농상속공제 한도는 5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하고, 농어업용 석유류에 대해 2018년까지 부가가치세 등이 면제된다. ◆고소득자·대기업 세부담 늘고 서민·중산층 줄어=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을 통해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 부담이 1조529억원 늘어나고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1525억원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민·중산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중위소득(순서대로 배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소득)의 150% 이하인 경우를 가리킨다.세법 개정을 통한 총 세수 증대효과는 1조89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개정안(568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총 20조원대의 세수결손이 지속됐고 올해도 최소 3조원이상의 세수펑크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세법개정을 통한 세수확충 규모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도별 세수효과는 2016년 5561억원, 2017년 8353억원, 2018년 35억원, 2019년 1547억원, 2020년 1440억원 등이다.항목별로 살펴보면 업무용 승용차 과세 합리화, 고소득자 신용카드 매출세액 공제 제외,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특례 대상 확대 등에서 세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먼저 업무용 승용차 과세 합리화는 업무용 승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없게끔 비용인정 기준을 마련하고, 개인사업자가 업무용 승용차를 매각할 경우 발생하는 처분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 통한 세수 증가 규모는 5500억원 수준이다. 또한 고소득자 신용카드 매출세액 공제 제외에 따라 1400억원, 부가세 매입자 납부특례 대상 확대로 11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반대로 세수가 줄어드는 항목은 ISA 5500억원, 청년고용증대세제 1200억원,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 1000억원 등이다.세목별 세수 증대 효과는 소득세가 3786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부가세 3135억원, 법인세 2398억원, 기타 1573억원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통해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주 차관은 "2008년 내린 법인세 3% 가운데 2% 정도가 상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비과세·감면의 계속적 정비와 업무용 승용차 같은 과세 사각지대 정비로 법인에서 걷는 세금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지난해 기준으로 한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17.3%, 중견기업은 16.5%다. 외국에서 납부한 세금을 공제해주기 전의 대기업 실효세율은 19% 정도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2012년부터 비과세·감면을 지속적으로 줄여 법인세 실효세율이 1.6%포인트 정도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방소득세 과표를 소득세·법인세 과세 표준으로 일원화한 효과까지 포함하면 실효세율은 2.1%포인트 정도 올랐다. 올해 법인세 통계까지 나오면 실효세율은 19∼2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