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 '본인 관리를 못했다'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분양업체 특혜 비리'에 연루된 박기춘(59)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29일 검찰에 출석해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56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사에 나타난 박 의원은 "국민과 선배 남양주 시민여러분께 심려끼쳐 죄송하다"면서 "본인 관리를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받은 금품을 왜 돌려줬나", "대가성은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까 한 대답으로 대신 하겠다. 검찰 조사에서 말하겠다"라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이날 박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박 의원의 불법 금품 수수 의혹이다. 박 의원은 분양업체 I사 대표 김모씨에게 명품시계와 명품가방 등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의 비리 의혹은 분양업체 특혜를 수사하며 불거졌다. I사 대표 김씨는 하청업체들과 거래하며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현재 구속 기소된 김씨는 검찰조사에서 자신이 박 의원 친동생과 2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거래를 하고, 박 의원에게 2억원 안팎의 현금과 고가의 시계 등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I사가 지난 2008년 설립 이후 대형건설사들로부터 40여건의 분양대행사업을 수주하며 급성장한 업체라는 점에 주목해 이 과정에 특혜가 있었고 대가성 금품이 오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최근 박 의원이 수사에 대비해 받은 금품을 공여자로 지목된 김모씨에게 돌려 주려한 정황을 파악했다. 또 이를 도운 혐의(증거 은닉)로 박 의원 측근 정모씨를 20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박 의원이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달 초에 분양업체 I사 대표 김씨에게 청탁 등 명목으로 받은 명품시계 7점, 명품가방 2개를 정씨를 통해 다시 돌려준 것으로 파악했다. 정씨는 금품을 김씨에게 다시 주며 "박 의원의 지문을 지워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박 의원을 소환해 그가 불법적인 금품을 받았는지, 받은 금품의 성격은 어떤 것인지를 조사해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조사에서 박 의원이 받은 금품의 대가성이 확인되면 뇌물수수죄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적용될 전망이다. 뇌물수수죄의 경우 수뢰액수가 1억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죄는 이보다 약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검찰은 이밖에도 박 의원이 증거인멸 또는 은닉을 지시했는지 조사해 법리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박 의원이 금품 수수의 대가로 I사에 인허가 특혜를 제공했는지, 이 과정에 남양주 시청의 고위 공무원도 연루됐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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