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국민연금은 왜 주택투자를 외면하는가

신 성 환 한국금융연구원장ㆍ홍익대 교수

뭔가 이상하다. 한편으로는 가계가 국민연금의 형태로 노후를 위해 꼬박꼬박 저축을 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가계부채의 위험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언급되고 있다. 국민연금과 가계부채 문제는 아니러니하다. 2014년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은 470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32% 또는 가계 가처분소득의 6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반면 동 시점 기준 가계부채는 GDP의 73% 또는 가계 가처분소득의 138%에 달하고 있다. 즉 국내 모든 가계는 평균적으로 연간 가계소득의 60%에 달하는 금액의 저축을 국민연금 적립금 형태로 갖고 있고, 138%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 상승 또는 집값 하락 시 이들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다들 걱정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도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노후를 위해 저축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로 인해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준까지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면 뭔가 시스템적으로 모순이 있다는 생각이다.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해 만일 국민연금 적립금을 가계가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었더라면 가계부채는 GDP의 41%까지로 하락하고 가계부채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게는 생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가계는 국민연금 대신 보유한 주택 등 부동산을 기반으로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가상적 상황일 뿐이고 현실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계는 일종의 강제저축을 지속해야만 한다. 이러한 가계의 저축과 과다부채라는 모순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립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인 만큼 안정성ㆍ수익성의 관점에서 운용해나가야 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동시에 부채로 인한 가계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러한 방향으로 국민연금 적립금이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국민연금이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고 가계부채의 핵심 위험요인인 금리위험과 주택가격위험을 완충해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4년 말 기준 국민연금은 적립금의 78%가량을 국내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은 주식 및 채권 등 금융자산이다. 이미 국민연금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큰손으로 등장했고 과도한 지배력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점에 와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해외투자를 늘려가는 것도 자산부채 간 통화 불일치 문제 등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과도한 지배력을 줄이면서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만 하는데 국내 주택에 대한 투자가 그 해결 방안 중 하나일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 적립금의 투자 구조를 보면 국내 자산의 비중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매우 편중된 형태로 투자되고 있다. 2013년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 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시가총액은 3147조원으로 상장주식 시가총액인 1185조원과 상장채권 잔액인 1396조원보다 현저히 크다. 즉 투자의 관점에서 볼 때 국민연금이 국내 주택에 전혀 투자하고 있지 않은 것은 합리화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이 주택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주택거래가 쉽지 않고 그만큼 높은 거래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적립금 규모가 너무 커서 국내 자산에 투자하기 어렵다거나 해외투자만이 유일한 해결 방안이라고 단정 짓기에 앞서 국내에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장기금리 상품이나 주택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국민연금이 다양한 형태의 주택임대기업의 지분에 투자할 수도 있고, 고정금리 주택대출 또는 (주택지수에 원금이 연계된) 원금변동형 주택대출을 유동화한 증권에 투자함으로써 금리위험과 주택가격 위험의 일부를 인수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때 가계의 경제활동도 정상화될 것이고 가계부채의 위험성도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정성ㆍ수익성 관점에서도 이것이 국민연금 적립금의 올바른 투자방향일 것이다. 신 성 환 한국금융연구원장ㆍ홍익대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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