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전성시대?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 올초 슈넬생명과학 주가는 410원(1월2일 기준)으로 100원짜리 동전 5개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동전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주가가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달 초 1100원을 넘어서며 '지폐주'로 거듭났다. 그 뒤로도 기세를 더해 지난 17일에는 장중 5020원을 찍으며 6년만에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몸값은 12배 이상 뛰었다. 연초부터 바이오시밀러 테마주로 엮인데다 최근 최대주주 지분 매각 이슈까지 더해지며 주가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이른바 '동전주'들이 올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고가 논란 속 화장품ㆍ바이오주들이 강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동전주들은 몸집을 불리고 있다. 거래량이 많고 상대적으로 주가가 싸 보이는 착시현상에 개미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주식 가격이 1000원 미만인 상장사는 유가ㆍ코스닥 포함 총 57개사로 지난해 말 119개사와 비교해 무려 절반 이상 줄었다. 동전주 강세에 지폐주 편입도 늘어났다. 올들어 유가와 코스닥에서 62개 상장사가 동전주 신분을 벗고 지폐주로 등극했다.  이들 종목은 가벼운 몸집을 기반으로 주가가 크게 뛰었다. 올 들어 지폐주로 등극한 이들 62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54.5%로, 같은기간 유가ㆍ코스닥 지수 상승률 26.18%을 크게 앞질렀다.  종목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슈넬생명과학(606%), 세하(400%), 대원전선(308%) 등이, 코스닥 시장에서는 휴바이론(1118%), 루보(508%), 지아이블루(435%), 케이엠알앤씨(380%) 등이 수익률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15일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도 동전주들의 반란에 한몫했다. 6월 중순 500원대에 머물던 슈넬생명과학 주가는 3번의 상한가 행진으로 지폐주로 거듭났다. 가격제한폭 확대를 계기로 작은 몸집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노린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영향이다. 슈넬생명과학은 연초부터 지난 20일까지 총 31억146만주가 거래되며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량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증시 한 관계자는 "동전주들은 '주당 가격'이 저렴해 누구나 살 수 있지만, '주당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성공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높은 만큼 투자 실패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다. 슈넬생명과학은 올들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5020원 정점을 터치했지만 이는 6년 전인 주가(5230원) 수준이다. 2009년 8월에 슈넬생명과학 주식을 산 투자자라면 수익은 '똔똔'이란 얘기.  또 이들 동전주들이 '실적'보다는 '기대감'으로 급등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장기투자 대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달 들어서만 90% 이상 폭등한 오리엔트바이오는 화장품 사업 진출을 호재로, 솔고바이오는 삼성 바이오 사업 강화에 테마주로 엮이며 주가가 떴다. 하지만, 오리엔트바이오는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 139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20%를 넘어서는 등 재무상태가 취약하다. 솔고바이오는 만성적자에 자본잠식 상태다. 솔고바이오가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주가 상승에 대한 '사유가 없다'고 밝히자,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밖에 코웰패션, 위노바,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등도 올들어 지폐주로 거듭났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흙속에 진주도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최고 수익률을 보인 휴바이론은 기업 펀더멘탈과 무관한 경영권 매각 이슈로 주가가 크게 움직였지만,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820원에서 거래되던 일신바이오는 흑자를 내는 바이오 기업으로 부각되며 주가가 2540원까지 올랐다. 일신바이오는 동결건조기 등 바이오 장비업체로 올 1분기 매출액 40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증시 관계자는 "주식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개인 투자자가 대거 몰리고 있지만 초저가주는 세력들의 표적이 되기 쉽고 펀더멘탈도 취약한 기업이 많으므로 실적이나 재무상태 등을 따져본 뒤 투자판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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