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을 주웠다면?
퀴즈야. 길바닥에 떨어진 돈을 발견하면 어떻게 할래? ①줍는다 ②가진다 ③주머니에 넣는다 ④챙긴다 ⑤빤히 본다 ⑥주인을 찾아준다. 이건 마치 남자들에게 이상형을 묻고는 ①예쁜여자 ②아름다운 여자 ③이~쁜여자 ④그저 그런 여자 중에서 답을 고르라는 거랑 똑같잖아. 답이 뻔하다는 거지. 대부분의 사람은 돈을 자기 지갑 속에 넣을 거야. 지난주에 나의 특징을 열거했었지. 나는 자가증식하고, 가치중립적이고, 은닉이 쉽고, 간단히 증여돼. 나한테 눈 달린 게 아니잖아? '이 돈은 개포동에 사는 직장인 구보씨가 을지로 00은행 ATM기에서 찾아 쓴 돈인데 구보씨에서 김모씨, 이모씨, 장모씨를 거쳐 최모씨가 덜렁되면서 분실한 돈임'이라고 꼬리표가 붙는 것도 아니고. 나는 모든 것의 교환대상이어서 모든 사람의 맹목적 멸망의 대상이야. 어느날 문득 발견하는 '공짜 돈'을 마다할 사람은 드물지. 그런데 여기서 조건을 달리해보자고. 액수를 가정해보는거야. 가령 떨어진 돈이 10원이면? '허리를 숙이고 바닥에 손을 뻗쳐 동전을 집어 올리는 수고스러운 동작'을 하지 않을지도 몰라. 100원이면? 요즘은 오락실도 못 가거든. 그럼 500원은? 담뱃값에 보태려나. 1000원이면? 대체로 줍겠지만 바쁜 사람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 하지만 1만원이면 대부분 챙기겠지. 그런데 10만원, 100만원, 1000만원, 심지어 1억이면? '웬 떡이야' 하며 가져갈 수 있을까?◆통장에 눈먼 돈 1억원이 입금됐다면 = 눈먼 돈이라는 말도 있지만 누군가 횡재를 했다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게 세상 이치야. '원금 보존의 법칙'이랄까. 좀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볼까. 어느날 당신 통장에 4억원이 입금됐어. 입금자가 누군지는 몰라. 그런데도 입금된 돈을 빼서 여행도 가고 친구한테 한턱쏘고 옷도 샀어. 그런데 갑자기 돈 주인이 나타나서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거야. 당신은 '배째라' 할 수 있을까. "아니, 당신이 돈 간수를 잘못해놓고 왜 나한테 와서 따지는거야" 이 말을 꺼낼 수 있을까. 이쯤에서 형법360조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등장하지. 말이 좀 어렵지.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는 내용이야. 그래도 어렵지. 단순하게 말하면 이거야.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을 썼다간 큰 코 다친다'. 최근에 이 법이 적용된 사례가 있어. 대법원까지 간 사건 중에 2010년 12월 9일 판결이 나온건데(사건번호2010도891) 내용이 이래.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자신의 계좌에 잘못 입금된 돈을 빼 쓴 혐의로 기소된 조모(4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만 인정하고 횡령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홍콩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조씨가 있었는데 2008년에 모르는 사람이 3억9000만원 상당의 홍콩달러를 자기계좌로 보냈지. 다른 회사 직원이 실수한 거지. 그런데 조씨는 이 돈을 날름 써버렸어. 대법원은 "어떤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됐다면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므로 그 돈을 임의로 빼썼다면 횡령죄에 해당하고 송금인과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결했어. 점유이탈물횡령죄와 횡령죄까지 적용시켜버린거지. 여기서 '신의 칙'이란 신의성실(信義誠實) 원칙의 줄임말로 '모든 사람이 사회공동생활의 일원으로서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지 않도록 성의있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법 원칙'을 말하지. 그러니까 정상적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렇게 돈에 눈이 멀어 주인도 안 찾아주고 써버리면 혼난다는 거야.◆길에서 10억원을 주어 주인에게 줬다면 사례금은 = 그러니까 주인 잃은 돈을 보면 주인을 찾아줘야겠지? 그래야 착한 국민이자나. 그렇다면 돈을 주었을 때 우리가 밟아야 하는 '바람직한 절차'를 따져볼까. 경찰서는 현금이나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발견하면 자기네들한테 가져오라고 해. 경찰서(지구대ㆍ파출소 등 소속 경찰관서 포함) 또는 자치경찰단에 제출하면 된다네. 이렇게 찾아진 습득물은 14일간 공고되고 6개월간 보관 후 6개월14일이 지나면 습득자가 소유권을 갖게 되지. 소유권을 취득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받아가야 하고 그 이후에는 습득자도 소유권을 잃게 돼. 착한 일에는 복이 따르는 법이지만, 그 복도 꼼꼼하지 못하면 챙길 수 없는 거지. 얼마 전 길에서 주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준 미담 기사를 본 적이 있어. 10억 어음 1장, 10만원 수표 28장, 5만원권 5장, 합이 무려 10억305만원이나 되는 큰 돈이었지. 경찰서를 통해 주인에게 돌아갔는데 이 사람은 보상금을 정중히 거절했다고 하네. 보상금 얘기를 하니 솔깃하지? 유실물법 제4조에는 '물건의 반환을 받는 자는 물건가액의 5/100~20/100의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저 미담의 주인공이 받고자 했다면 2억~5000만원을 챙길 수 있었다는 말이지. 이와는 달리 잃어버린 분실물을 주인에게 찾아줬다가 되레 사기꾼으로 몰리는 사례도 있어.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이용한 사기 사건이지. 사기꾼 아무개가 은행 자동입출금기(ATM)기 위에 빈 지갑 올려놓았지. 선량한 시민은 지갑의 주인을 찾아주려고 경찰서에 맡기거나 우체통에 집어넣지. 지갑을 찾은 사기꾼은 경찰에게 지갑 속에 돈이 많았는데 없어졌다고 거짓말을 하는거야. 지갑 주인을 찾아주려했던 선량한 시민은 졸지에 '점유이탈물횡령제' 용의자가 되는거지. 실제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보면 '권선징악'(勸善懲惡)도 버그를 일으키는가봐. 그러니 길가에 떨어진 돈을 보더라도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의 말씀을 받들어 몸소 실천해야 하는 걸까. 괜한 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분실자의 애타는 심정을 외면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혹시 있을 불행에도 불구하고 선행을 실천할 것인가.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지.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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