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 가족이 설악산에 꽂혀 한달에 두번 정도 설악산을 오른다. 가는 곳마다 '비경'이라 오르내리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는 통에 힘든 줄도 모를 정도다. 옥색 계곡 물을 보노라면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거짓말 같지 않게 느껴진다. 신라시대 고승 원효대사가 수행을 했다는 '금강굴'도 설악산이 간직한 전설 중 하나다. 마고선녀(麻姑仙女)가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을 품은 '비선대'를 지나면 금강굴과 대청봉으로 가는 길이 갈린다. 2주전 일정이 촉박해 비선대에서 몇백미터만 가면 되는 금강굴로 갔다. 그리고 이내 후회했다. 철제 계단으로 이뤄진 길은 아찔할 정도로 가팔랐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지라 다리가 후덜거렸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 가급적 아래를 보지 않고 다리 난간을 꼬옥 잡으며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금강굴에서 들어 바깥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맞은 편의 천불동 솟은 바위들은 신비로웠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왔다는 외국인 관광객과 동굴 벽에서 나온 약수를 나눠 마시며 땀을 식힌 후 다시 하산길. 가파른 철제 계단 길의 악몽을 다시 접하는 순간, '원효대사의 전설이 진짜일까?' 하는 의혹이 강하게 들었다. 금강굴은 수십길 절벽 중간에 위치해 있어 철제 계단이 없다면 전문 암벽 등반가는 돼야 올라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원효대사가 무협지에 나오는 소림사 고수같은 경공술을 지니지 않고선 도저히 오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마도 후대의 누군가가 원효대사의 명성을 빌어 이야기를 만들고, 이것이 금강굴의 비경과 맞물려 전설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지난 주말, 대청봉쪽에서 내려와 비선대에서 금강굴을 바라보는데 아들이 불쑥 얘기한다. "아빠, 난 원효대사가 금강굴에서 수행한 게 맞는 것 같아." 집사람도 거든다. "사람이 도를 얻으면 몸이 시공간을 초월하니 원효같은 고승이라면 금강굴]을 오르내리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것"이란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과 제일모직간 합병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ISS는 그간 SK와 소버린, KT&G와 칼 아이칸의 대결에서 번번이 헤지펀드 손을 들어줬다. 이름처럼 철저히 자본의 이익에 충실한 결정을 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국익 개념까지 얘기하는 재계와 국내 기관들의 시각은 다른 듯 하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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