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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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혁신센터는 17개 권역별로 대기업이 중심이 돼 중소·벤처를 육성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대형 프로젝트이다. 대기업의 효율과 벤처기업의 혁신이 만나 상생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1세기 경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다. 대기업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중소·벤처를 육성하겠다는 시스템에도 CSR 철학이 녹아있다. 미국의 경영학자인 마이클 포터 교수는 CSR 측면에서 본다면 기업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고 한다. 멍청한, 이기적, 착한, 스마트한 기업이다. 기업 이익도 적고 사회적 책임도 없는 기업은 멍청한 기업이다. 기업 이익은 좋은데 사회적 이익이 없는 이기적 기업도 있다. 사회적 이익은 높은데 기업 이익이 없는 착한 기업이 있고 기업 이익과 사회적 이익 모두 높은 스마트한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한 기업은 '공유가치'를 만드는 곳에 집중한다.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 모델 중 어디에 해당될까. '착한 모델' 정도 될까. 착한 모델은 비난받지는 않을 텐데 상생에 나서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공유가치가 없고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작은 기업을 도와준다는 '동정심'에 방점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기업은 위험과 환원(Risk & Return)에서 위기에 주목하는 효율성을 따진다. 10개 벤처 중 9개 벤처가 실패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벤처기업은 'High Risk, High Return' 속성을 지니는 혁신이 앞선다. 10개의 벤처 중 9개가 망하더라도 1개 정도만 이른바 '대박'을 치면 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옜다! 이거나 먹어라!"라는 동정에 주목한 '착한 모델'로 간다면 중소·벤처 기업의 혁신은 어렵다. 이 같은 시스템이 계속 진행된다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중소·벤처 중심의 '혁신'을 빼고 대기업 중심의 '창조경제효율센터'로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할 것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