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원 인하'가 관행?…통신요금 인하의 법칙

"사업자-소비자 심리적 마지노선 1000원 수준"법칙·약속 아니지만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잡아"요금인가제 때문에 생긴 습관" 시각도 소비자 연 1만3200원 절약 VS 사업자 1000억대 매출↓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지난 5일 SK텔레콤이 기존 '밴드(band) 데이터 61' 요금제를 월정액을 6만1000원에서 5만9900원으로 1100원 내렸다. #지난달 KT가 내놓은 'LTE 데이터 선택 499' 요금제는 비슷한 금액대의 '순 완전무한51' 요금제보다 1100원 저렴하다.#지난해 LG유플러스가 출시한 '아시아나 무제한 데이터 로밍' 요금제는 기존 대비 1100원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됐다.경쟁사 보다 더 싼 요금. 기존 요금에서 할인. 요금제간 차이. 이동통신업계가 요금을 인하할 때 마다 그 차이는 대부분 1100원이었다. '1100'이라는 숫자가 통신요금을 상징하는 것처럼 굳어버렸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6일 업계에 따르면 '1100원 차이'는 이통업계에서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꼭 지켜야만 하는 법칙이나 약속은 아니지만 하나의 습관이 된 것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100원 단위로 인하하는 것은 눈에 띄지 않지만, 그렇다고 2000~3000원 이상 내리는 것은 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자와 소비자간 어떤 심리적 마지노선이 1000원 수준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다보니 1100원이라는 게 상징적인 숫자처럼 굳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쉽게 내릴 수 있는 요금폭은 1000원정도"라며 "100원을 더 붙이는 것은 생색을 내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했다. 100원으로 만 단위의 숫자를 떨어뜨려 마케팅적인 심리적인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현재 이통사들은 4만9900원은 4만원대, 5만9900원은 5만원대라고 홍보하고 있다.이 관행의 시작은 통신요금인가제와도 무관치 않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통신요금인가제는 1991년 정부가 유무선 통신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SK텔레콤, 집 전화 시장에서는 KT가 요금을 인상하거나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때 정부 허가를 받게 돼 있다.이동통신시장에서 정부의 인가를 받게 돼 있는 SK텔레콤이 특정 요금을 내놓으면 나머지 사업자들이 1000원 수준을 추가로 인하해 유사한 요금제를 내왔다는 것이다. 학계 한 전문가는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통신사업자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요금을 책정하면 나머지 2개사가 이를 추종함으로써 사실상 담합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한편 통신요금 1100원이 낮아지면 소비자 입장에서 1년에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1만3200원에 불과하다. 생일케익 하나 살 수 없는 돈이다. 다만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2848만3701명 가입자, 4월) 기준으로 50%인 1424만1850명의 소비자에게만 월 1100원의 혜택을 주면 1년에 1879억9000여만원(월 156억6603여만원)의 매출이 줄어든다.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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