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기자
학생이 주축이 된 중국 시위대 수십만명이 1989년 천안문에서 민주화를 요구했다.
중국 사람들은 왜 6월 4일을 5월 35일이라고할까. ‘6월 4일’이 중국 당국이 지정한 인터넷 금지어 목록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인터넷에서 가동하는 자동검열시스템은 금지어가 포함된 글이 게재되기 전에 차단한다. 중국 네티즌이 ‘6월 4일’이 포함된 문장을 입력하려고 하면 계속해서 에러 메시지가 뜬다.금지어는 계속 변한다. 점점 늘어날지 모른다. 처음에는 ‘천안문 사태’가 금지어였다가, 이 말을 차단하자 대신 ‘6월 4일’이 쓰였고, 이마저 막히자 ‘5월 35일’이 나온 것이다.중국 네티즌은 에러 메시지가 뜨면 어느 대목이나 단어가 검열망에 걸렸는지, 스스로 검열자의 시각에서 자신의 글을 다시 읽어본다. 자신의 얘기를 인터넷에 올리려면 이렇게 금지어를 찾아내 들어내야 한다.중국 소설가 위화(余華)는 2011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매거진에 ‘5월 35일 정신’(The Spirit of May 35th)이라는 기고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자신이 전에 한 답변과 정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얘기를 인용했다. #1. 내 강연을 들은 사람이 “중국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물론, 있다”고 대답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표현의 자유는 상대적이다. 독일에서는 수상을 욕할 수 있지만 이웃을 함부로 흉보기는 꺼린다. 중국에서는 총리를 욕하지는 못하지만 이웃은 자유롭게 헐뜯는다.”#2. 나는 대만 기자에게 말했다. “대만에서는 정치인을 만날 때 장갑을 껴야 한다. 대만 정치인은 늘 사람들과 악수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중국 정치인은 악수할 필요가 전혀 없고, 따라서 손에서 세균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위화는 “5월 35일 식의 자유는 예술적 형태”라고 말한다. “검열을 우회하기 위해 수사학을 총동원한다. 빗대서 말하기, 은유, 풍자, 과장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감춘 조롱과 교묘한 에두름으로 빈정댐과 결멸을 전한다. 중국어가 오늘날처럼 풍부하고 활력이 넘친 적이 없다.”또 중국 네티즌이 당국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재치의 게임을 벌이지만 그 게임은 우리에게 여전히 위로의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예술적 형태의 자유’이며 ‘위로의 원천’이라는 표현은 그 글을 읽을 중국 당국자를 염두에 둔 신랄한 빈정거림일 게다.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