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서경배 회장 누나들,오얏나무 교훈 잊었나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마라'는 속담이 있다. 오해 살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속담은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누나들은 이 속담을 잊은 것 같다. 외부에 오해를 살만한 미묘한 시점에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팔아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서 회장의 친누나인 서혜숙씨와 서송숙씨는 지난달 19일부터 3일간 주식을 팔아 6억7000여만원을 손에 쥐었다.재벌 오너 일가에게 이 정도의 돈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수십 억도 아니고 6억여원어치 주식을 팔았다고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매도 시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 결정 후 주식 재거래에 나선지 10여일 만에 오너 일가가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두 서씨가 판 시점을 보면 지난달 19일ㆍ20일ㆍ21일 종가는 각각 42만8000원, 42만6500원, 42만2500원이었다. 이 가격은 단기 최고점 수준. 아모레퍼시픽은 이때 시총 순위 4위로 뛰어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이 두 서씨의 매도 사실을 외부에 알린 시점도 논란거리다. 두 서씨가 주식을 매도한 지 9일 후인 지난달 29일 오후 늦게 공시했다. 중소기업청이 아모레퍼시픽을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된 시점이었다.  서 회장 누나들이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매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와 2013년에도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대폭 오른 시점에 주식을 팔아 수십 억원을 챙겼다. 물론 오너뿐만 아니라 일가들도 주식 매도를 통해 이익 실현을 할수 있다. 자기 재산을 맘대로 사고 팔수 있다.  그러나 오너 일가의 자사주 매도는 신중해야 한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맥락에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오너 일가의 자사주 매도는 해당 종목의 추가 상승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보다는 악재로 평가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주가 상승기에 주식을 파는 걸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시장 등 다른 투자자에게 좋지 않은 신호인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우려대로 두 서씨의 매도 공시 사실이 알려진 후 첫 거래일인 1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날 아모레퍼시픽 종가는 38만7500원으로 액면분할 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8일 38만8500원보다 떨어졌다. 액면분할 후 한 달도 안 돼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지금은 잘 나가는 아모레퍼시픽이지만 언제 추락할지 장담할 수 없다. 장미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모레퍼시픽 주가 랠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우커(중국인관광객)부터 심상치 않다. 엔저 지속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들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모레퍼시픽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서 회장이 코스피 황제주의 자리를 내놓고 액면분할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를 활성화하고 증시 부양을 하기 위해 내린 고심이었다. 서 회장의 누나들은 동생의 결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sinryu007@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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