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함을 알고 그만 두기를 바라노라(知足願云止)." 국내 굴지의 증권사와 운용사에서 십수 년간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일하고 있는 A 전무에게 험난한 투자업계에서 '롱런'한 비결을 물었다. 코스피지수만 해도 500대에서 2000대를 오간 기간의 부침을 겪으면서도 승승장구한 비결에 대해 A 전무는 살수대첩으로 유명한 을지문덕 장군의 시를 얘기했다. 수나라 양제의 별동대 30만명을 살수(지금의 청천강)에서 몰살시키기 전, 지친 군대를 이끌고 있던 수나라 장군 우중문에게 을지문덕은 시 한수를 보냈다. '그대의 신기(神奇)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오묘한 계획은 땅의 이치를 다했노라. 전쟁에 이겨서 그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 두기를 바라노라.'("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고구려의 '청야전술'에 지칠대로 지친 수나라 군대는 회군을 했고 을지문덕 군은 이를 추격해 살수에서 섬멸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강의 상류를 소가죽으로 둑을 만들어 막은 후 수나라 군사들이 얕아진 강을 지날 때 둑을 터뜨려 수십만 대군을 몰살했다고 한다. 당시 기술로 그게 가능했을 것 같지 않지만 단재 신채호 선생이 장군을 반만년 민족사의 최고 영웅으로 꼽았을 만큼 살수대첩의 승리는 민족사의 쾌거였다. 장군이 우중문에게 보낸 시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오언절구' 한시(漢詩)다. 1400년도 더 된 시지만 지금도 문학적 평가와 함께 의미심장한 교훈을 주고 있다. A 전무는 과도한 욕심이 화를 부르는 법이라며 적당한 수준에서 욕심을 다스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증시 격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란 설명이었다. 주식 투자뿐 아니었다. 국내 굴지의 그룹이 형제 간 다툼으로 분해되던 현장을 지켜본 소회에 대한 질문에도 당시 핵심인사의 '탐욕'을 얘기했다. 형제 간 계열사 정리가 사실상 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오너의) 다른 형제 몫까지 취하려 하다 보니 '난'이 터졌다는 분석이었다. 을지문덕에서 시작해 과거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기업 비사까지 듣는 사이에 반주로 시작한 술에 적당히 취기가 올랐다. 화기애애한 식사 자리를 파하고 A 전무와는 헤어졌는데 동석자 한 명이 2차 딱 한 잔을 얘기했다. "그럼 딱 한 잔만…"하며 시작된 2차 자리는 폭풍 레이스로 이어져 기어이 만취상태까지 가고 말았다. 을지문덕 장군의 교훈은 채 1시간을 가질 못한 셈이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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