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시험장 잠실고등학교 가보니…공간지각 '신유형'에 당황…다른 분야는 무난해[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현대차그룹 인적성검사(HMAT)를 시작으로 올 상반기 취업전쟁의 막이 올랐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7개사는 11일 서울과 부산, 전주 등에서 인적성검사를 치렀다. 합격을 위한 응시자들의 열기는 마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연상시켰다.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잠실고등학교는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긴장한 표정의 응시자들은 손에 든 기출문제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최근 기사를 검색하는 이들도 있었다.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고에서 '2015 상반기 현대차 대졸신입공채' 인적성검사가 열렸다. 오후 2시 시험을 마친 응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험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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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이날 서울의 가락중, 신천중, 잠실고와 부산전자공고, 전주 전일중에서 인적성시험을 치렀다. 시험시간만 무려 230분.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과 달리 역사에세이 문항이 있어 40분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3년 하반기부터 역사에세이 시험도 함께 치렀다. 2문항을 700자 분량으로 40분 안에 써내야하는 까다로운 시험이다. 시험 전 응시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사 에세이였다. 적성검사와 달리 점수화되지는 않지만 면접 등에서 활용되는 만큼 성실히 작성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국사·세계사 등 범위가 넓어 예상문제를 가늠할 수 없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역사에서 저평가됐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위대한 인물을 기술하라'와 '로마와 몽골 제국의 성장과정과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가 나아갈 방향을 기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돼 수험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오후 2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지원자들은 아쉬우면서도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현대차에서 제공한 간식을 받아든 응시자들은 시험문제를 되새기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역사에세이는 다소 쉬운 난이도의 문제가 나왔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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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송파구 잠실고에서 '2015 상반기 현대차 대졸신입공채' 인적성검사가 열렸다. 오후 2시 시험을 마친 응시자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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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현대자동차의 5개 핵심가치 중 두개를 선택해 역사적 사건과 연관지어 설명하라'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평가하고 서술하라'는 문제가 제출됐다. 현대차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쓸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응시자 윤모씨(29)는 "항상 무슨 문제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변수가 있어 이번에도 긴장을 했다"면서도 "예상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무난한 문제가 나와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응시자 역시 "정답을 찾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기술하는 영역이라는 인식들을 이젠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인적성보다 편한 마음으로 적었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의 변수는 공간지각 분야였다. 응시자들은 역사에세이보다 공간지각 분야에 대한 얘기들을 더 많이 나눴다. 공간도형 13번 문제의 경우 2번과 4번의 답이 같아 "정답이 두개"라는 얘기도 나왔다. 응시자들은 대체로 어렵다는 반응이었지만 난이도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었다. 한 응시자는 "공간도형 분야에서 이번에 기존과 전혀 다른 신유형이 나와 많이 당황했다"며 "언어도 그랬지만 공간지각 역시 시간 내 풀지 못 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다른 응시자는 "신유형이긴 했지만 기출문제를 자주 풀어 그리 당황하진 않았다"며 "반적으로 무난했다"고 말했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에 신세한탄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응시생은 "전공만 열심히 공부하면 취업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며 "취업은 늦어지고 기업이 요구하는 건 더 많아지니 참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셨다. 실제로 응시자들은 서로서로 취업 정보를 공유하며 'LG도 넣었는데 떨어졌다, 내일은 삼성치러 또 온다'는 얘기들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 잠실고에는 1400여명의 응시자들이 몰렸다. 시험장은 결시생이 거의 없이 꽉찼다. 현대차그룹 7개 계열사의 인적성검사 응시자는 약 1만여명. 필기시험을 합격한 이들은 4~5월 1·2차 면접, 건강검진을 거쳐 현대차에 최종 합격하게 된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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