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성완종, 산 권력을 발칵 뒤집다

'김기춘·허태열에 돈 줬다' 발언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나주석 기자]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수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들에게 거액을 건넨 적이 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인사들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당사자의 자살로 사실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그리고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간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성 전 회장은 9일 자살하기 직전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자신이 2006∼2007년 김기춘ㆍ허태열 등 박 대통령의 최측근에게 현금 수억 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2006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 대통령과 함께 독일에 가기 전 10만 달러를 김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 또 2007년에는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박근혜 대선후보경선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7억 원을 건넸다. 그는 인터뷰에서 "그렇게 (대선후보) 경선을 치른 것"이라며 "기업 하는 사람이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면 무시할 수 없어 많이 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하루 전인 8일 기자회견을 열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의원 소개로 박근혜 후보를 만났고 그 뒤 박 후보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한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에 기여한 자신을 전(前) 정권과 결탁한 인물로 몰아가고 있는 데 대한 배신감의 발로로 풀이된다.김기춘ㆍ허태열 두 전직 비서실장은 이 같은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김 전 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황당무계한 일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허 실장도 비슷한 취지로 현금 수수 사실을 부인했다. 청와대도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인터뷰 내용의 진위를 기자들의 질문에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들에게 사실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확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보도 안에 내용이 다 있다"며 해당 의혹을 부인한 당사자의 언급 내용을 제시했다.정치권은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거론된) 대상자들은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계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이며 박근혜 정권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규정한다"며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그리고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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