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남긴 성완종 숨져…檢 '자원외교' 수사 타격

경남기업 의혹 수사 제동, '공소권 없음' 처분 내려질 듯…검찰 '고인 명복 빌고 유족에게 조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재연 기자, 박준용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64)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로 발견됐다. ‘자원외교’ 수사의 핵심 당사자가 숨을 거두면서 검찰도 수사에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9일 오후 3시32분께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에서 등산로를 따라 300m 떨어진 지점에서 산속으로 30m 더 들어간 곳에서 나무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경찰 수색견이 발견했다. 성 전 회장은 이날 오전 5시11분께 강남구 청담동 자택을 나간 뒤 자취를 감췄다. 특히 성 전 회장은 ‘어머니 묘소에 묻어 달라’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자택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1400명의 인력과 수색견, 헬기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9일 오후 시신으로 발견됐다. / 사진은 스포츠투데이 DB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성 전 회장은 검찰 ‘자원외교’ 수사의 핵심 인물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해외개발 사업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융자금을 받은 뒤 엉뚱한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선 상태다. 검찰은 성 전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성 전 회장이 숨을 거두면서 법적 절차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사자가 숨을 거두면서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둘러싼 경남기업 사건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핵심 당사자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장유식 변호사는 “성 전 회장이 사망함으로써 수사가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고 묻힐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수사 관련 남아 있는 사람들은 성 전 회장과 관련된 사안의 말을 맞추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의혹 당사자들이 책임을 성 전 회장에게 미룰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검찰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검찰 수사의 적절성 문제도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은 자신에 대한 수사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그는 8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친MB맨’이 아니라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이 무리한 수사로 성 전 회장을 죽음으로 내몰리게 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성 전 회장의 유서에 담긴 내용에 따라 논란은 더욱 번질 수도 있다. 검찰이 앞으로 자원외교 수사의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특정인이 숨을 거두는 사건이 발생할 때 원칙대로 수사를 하겠다는 견해를 밝히고는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검찰은 사건 파장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 방향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최윤수 3차장은 “검찰 수사를 받던 중에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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