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도 일본산 제품 찾기 힘든 이유

엔화 약세 단기적…日 구매력 약화·경제력 감소 피할 수 없어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엔저·실적호조에도 불구하고 '메이드인 저팬' 상품을 쉽게 찾아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일본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자국으로 옮길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미국 CNBC 방송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일본 현지 언론들은 전자업체 파나소닉, 에어컨 제조사 다이킨 등이 최근 일부 제조 시설을 자국 내로 옮기기로 한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일본산 제품의 부활 가능성에 고무돼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그러나 최근 보고서에서 엔화가 더 떨어져도 일본 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 이전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엔화 약세 효과가 단기적인 반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일본 경제의 존재감 약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 역시 "일본 기업들의 해외 이전 속도가 다소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자국을 떠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0년대부터다. 노무라에 따르면 1980년대 말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기업들은 전체의 5%도 안됐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는 21.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내각부가 최근 도쿄 및 나고야 증시에 상장된 867개의 자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는 해외 생산 비중이 25.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삭스는 일본 기업들이 낮은 출산율,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자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성장둔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더 적극적으로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인들의 구매력은 최근 2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일본 경제가 글로벌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1년 9%였지만 지난해에는 4.5%로 반토막 났다.프랑스은행 BNP파리바는 최근 엔화 값이 많이 내렸지만 일본 수출 기업들이 생산설비 시설에 잇따라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던 지난 2000년 초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의 생산 기지 본국 이전은 1970년대 이전과 같은 극단적 엔저 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과거 생산 모델을 재도입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달러·엔 환율은 119.60엔이다. 달러당 370엔을 넘어섰던 지난 1970년대 초에 비하면 여전히 엔화 가치가 높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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