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희기자
노모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선조들은 고단한 삶 속에서 현세는 물론 내세의 안녕을 기도했다. 일상에서는 소박한 기도 속에 재치와 웃음을 잃지 않는 삶을 살았고, 이러한 소망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누구나 가진 보편적 바람이었던 만큼 왕실 장식은 물론 대중의 바람이 담긴 불교 미술, 토속 신앙, 그리고 민속품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호암미술관(경기도 용인)은 7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수호의 염원'을 주제로 특별전시를 한다.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 고미술에 담긴 평안과 수호에 대한 염원을 살펴볼 수 있다.전시는 우선 왕실 그림부터 시작된다. 군왕이 재앙과 불행으로부터 보호받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제작된 회화와 무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조선시대인 19세기 '기린ㆍ해치도 쌍폭가리개'나 '서수낙원도 10곡병'에 등장하는 봉황, 기린, 용 등 상서로운 동물들은 좋지 못한 기운으로부터 왕실이 보호받을 것을 기원하는 궁중 장식화에 주로 사용됐다.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궁중 무용인 '처용무'는 역신을 쫓는 춤으로 수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처용무'를 추는 무동을 그린 '기사계첩 -기사사연도'(조선 1719~1720년)를 통해 당시 연회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방어의 기능과 함께 왕실 자체를 지킨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화려한 장식의 '투구'와 '화살통' 등 19세기 무구도 출품됐다.기사계첩
불교 미술에도 선조의 명복을 빌거나 자신들의 극락왕생을 기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같은 기도는 주로 '아미타여래'에게 드렸는데, 이 부처가 서방의 극락정토를 주재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또한 중생을 교화하고 구제하는 '지장보살'을 모셔 마음의 평안을 찾기도 했다. 현세의 삶에 있어 사람들은 보살들을 통해 생전의 안녕을 기원했고 병을 치료하여 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약사여래'를 불화로 조성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아미타여래'와 '지장', '관음' 두 보살의 모습을 그린 '아미타삼존도'(고려 14세기, 국보 218호)와 현존하는 소형 금동불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금동 보살 입상'(통일신라 8세기, 국보 129호) 등이 보인다.마을과 인간의 안전을 지켜주는 '지신(地神)'을 그린 '산신도'(조선, 19세기)와 귀신으로부터 부엌의 살림을 보호하고 책임지는 가상의 동물이 담긴 '노모도'(조선, 1817년)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조선 후기가 되면서 민속 신앙은 대중 불교와 융합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마을에서는 사람 모양의 수호신 '벅수'를 만날 수 있고 작은 사찰 뒤편으로는 '산신각' 과 같은 민간의 무속 신이 봉안됐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