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사상 최장기간 연속 월별 흑자 기록 경신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경상수지가 64억4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36개월째 흑자 행진이다. 이런 추세는 3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1986년 6월부터 38개월간 이어진 종전 최장기 흑자 기록이 다음 달에 깨질 가능성이 높다. 연도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2011년 187억달러에서 2012년 508억달러, 2013년 811억 달러, 지난해 894억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9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한은은 전망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이미 6%를 넘었다. 적정 수준이라는 2~4%보다 훨씬 높고, 전 세계에서 산유국들과 독일을 제외하고는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적 기축통화국이 아닌 데다가 무역의존도가 높아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 자체는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가 해외 변수에 휘둘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장기간 계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부진한 내수를 반영하는 현상일 뿐 아니라 해외로부터의 환율절상 압력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라고 해도 1980년대 후반 3저호황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수출 증가가 흑자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수입 감소가 흑자를 이끌고 있다. 2월 수출은 406억달러로 지난해 2월보다 15.4% 줄어든 데 비해 수입은 332억7000만달러로 21.9% 감소했다. 이런 급격한 수입 감소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도 있었지만 이보다는 국내 소비와 투자가 활력을 잃은 탓이 크다. 흔히 말하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의 덫에 빠진 모습이다. 경제구조 변화에 비추어 수출주도로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이 덫에서 빠져나가기는 어렵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국내 여건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한켠으로는 소비 진작을 위한 소득 증대와 분배 개선, 다른 한켠으로는 투자 촉진 환경의 조성과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공공ㆍ노동ㆍ금융ㆍ교육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성공시키는 것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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