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KT·서연 등 10개 기업 흡수합병 나서‥사업구조 조정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상장사들이 제 2의 도약을 꿈꾸며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 조정에 나서고 있다. 모회사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자회사 흡수합병을 추진해 지배구조에 변화를 준 기업은 물론 사업성과가 크게 떨어진 자회사 또는 계열사를 통째로 흡수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자회사 합병 등 자구안을 발표할 기업들의 수는 중소형 상장사를 중심으로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인수합병(M&A) 관련 공정공시는 56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합병 관련 기재정정 공시를 제외하면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등 3개 시장을 통틀어 KT, 마니커, 가온전선, 엘스트로, 명문제약, 솔본, 삼영홀딩스, 아로마소프트, 코스맥스비티아이 등 10개의 기업이 새롭게 인수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수합병에 나선 상장기업 10개사 중 9개사는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한 흡수합병을 추진한다.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업체 한일이화의 최대주주인 ㈜서연은 종속회사인 두양산업을 통해 자동차 부품회사 예주산업을 흡수합병키로 했다. 서연은 지난해 8월 한일이화에서 인적분할해 설립한 지주회사로 같은해 12월 한일이화의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서연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주력 자회사 한일이화의 기업가치 회복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한일이화의 현재 주가는 지난해 9월 기록한 주당 2만9000원 대비 56%이상 급락한 주당 1만2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회사는 한일이화의 100% 자회사인 두양산업이 예주산업을 흡수합병하게 되면 한일이화의 수익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대표이사와 전 임원의 업무상 배임혐의로 인해 실추된 시장의 신뢰까지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주산업의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14억9900만원, 1억7300만원을 기록했다. 두양산업과 예주산업의 합병비율은 1대 0이다. KT는 인터넷 정보서비스업을 영위하는 100% 자회사 케이티미디어허브를 흡수합병했다. 황창규 KT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일환이며, 지난 2012년 12월에 설립된 이후 2년만이다. 케이티미디어허브의 2013년도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046억원, 257억억원을 기록했으나 콘텐츠 구입비용 등 각종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했던 점이 이번 결정에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흡수합병으로 지난해 2918억원 이상 영업적자를 기록한 모회사 KT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 아로마소프트와 코스맥스비티아이도 100% 자회사를 직접 흡수합병한다. 아로마소프트는 지난 2007년 포스텍기술투자와 합작해 설립한 대체에너지개발기업 아로마포스텍신재생에너지를, 코스맥스비티아이는 시설관리용역업을 주력으로 하는 쓰리에이티에스엠과 화장품 무역업을 영위하는 코스맥스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할 계획이다. 코스맥스비티아이 관계자는 "인력 구조의 효율적 운영과 비용 절감 등을 추진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넥스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엘스트로가 100% 자회사 아이스트로를 흡수합병했다. 자회사 아이스트로는 시스템통합개발기업으로 설립됐지만 수익성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신규 사업에 진출한 기업도 있다. 삼영홀딩스는 키오스트 등 제조기업 씨아이테크를 흡수합병할 계획이다. 삼영홀딩스는 지난 2010년부터 뚜렷한 주력사업 없이 적자기조를 이어왔으나 이번 합병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김형민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익성 회복과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사업구조조정은 새롭게 사업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한다"며 "모회사는 실적이 부진하거나 고비용 구조의 자회사를 흡수해 비용을 낮추고 의사결정과정의 효율을 높이는 과정을 밟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해서 반드시 모회사의 단기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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