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이명박 전 정부의 대표적인 동반성장 정책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설 자리를 잃으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외국 기업들이 득세하면서 중소 기업 육성이라는 당초 취지도 무색해졌다. 30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적합업종 재지정 대상 품목 77종 중 현재까지 확정된 35종 중에서 14개 업종만이 적합업종으로 재지정됐다. 나머지 21종은 상생협약이나 시장감시 등으로 완화되거나 적합업종에서 제외됐다.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3년마다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에는 커피와 예식장업, 아크용접기 업종 등 재심사를 통해 적합업종에서 빠졌다. 올해는 막걸리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업종도 상생협약으로 완화되면서 적합업종에서 제외됐다. 적합업종으로 신규 지정하는 사례도 급감했다. 지난해 신규 지정된 업종은 떡볶이떡, 보험대차 서비스업 2종에 그친다. 전임 유장희 동반위원장이 지난해 3월 34개 품목의 신규지정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한때 100개에 달했던 적합업종 지정 업종도 81개로 줄었다. 재계 관계자는 "적합업종 재지정과 신규지정이 줄고 상생협약이 늘어나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충영 위원장도 이 제도를 '6년간의 한시적 제도'로 규정했다. 시장에서도 적합업종 제도에 부정적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살린다는 당초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 채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외국 기업들이 득세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LED 등 일부 산업은 대기업이 빠지면서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체됐고 저가의 외국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말았다"고 "중소ㆍ대기업 간 발전적 관계를 조성하기보다는 편을 가르는 부작용도 낳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일각에서는 적합업종을 제도화해달라는 요구도 있지만 지나친 규제라는 이유로 여야 모두 부정적이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업계는 협회장 선거철에 접어들면서 적합업종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로 5년차를 맞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민간 기구여서 존재 자체의 근거가 취약한데다 동반 성장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부각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고 꼬집었다.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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