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경기자
'허삼관' 스틸
이 과정에서 허삼관과 허일락의 갈등은 심화된다. 물론 아버지의 일방적인 미움이었고, 속 깊은 아들은 혼자 상처를 삭히며 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친자식이 아닌 게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아버지, 저 용서해주시면 안되요?"라고 묻는 그의 청량한 눈동자는 관객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또한 기른 아버지 허삼관과 친아버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삼관은 둘째 이락과 셋째 삼락만을 챙기고, 급기야 모두가 꿈꾸던 '만두 파티'에서도 일락만 제외시킨다. 일락은 삼관에게 "제가 친아들이었으면 만두를 사주셨을거냐"고 묻고, 허삼관은 "네가 친아들이었으면, 아마 너를 제일 예뻐했을거다"라고 대답한다. 그 건조한 대답 한마디에 일락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남다름은 상처와 혼란, 부정에 대한 그리움, 미안한 마음과 서운한 마음이 뒤섞인 일락을 연기하면서 섬세한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힌다. 웬만한 성인 배우 못지않은 어린 소년의 표현력에 모두가 감동했다.물론 여기에는 마음 따뜻한 엄마 허옥란으로 분한 하지원과 친구 같은 아빠 허삼관 역의 하정우 역할이 컸다. 다섯 명의 배우는 실제 가족처럼 똘똘 뭉쳐 가슴 저릿한 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특히 하정우는 "모니터 보랴 연기하랴 정신없었다"는 고백처럼 감독과 배우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내며 '허삼관'의 감동을 극대화했다.영화에서는 중간 중간 감독의 재치가 빛난다. 초반은 성동일, 김성균 등이 가세해 코믹하게 진행되다가 중반은 진지한 상황에서 터지는 웃음이 포진해있고, 후반부는 눈물 없이 보기 힘든 장면들이 연출된다. 하정우는 극의 강약을 완벽하게 조절해 그야말로 '웃고 우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전작인 '롤러코스터'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대중들의 보편적 공감을 살 수 있는 작품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개봉은 오는 14일.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