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충돌에도 수백억 한 번에 날릴 수도
▲사이딩 스프링이 화성에 접근했을 때 탐사선들은 반대편으로 회피 기동을 했다.[사진제공=NASA]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4일 밤 9시30분쯤 우리나라 과학기술위성 3호가 우주 파편에 충돌할 위험이 제기됐다. 2009년 2월 미국과 러시아 통신위성의 충돌로 발생한 파편이 위성3호와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성 3호와 우주파편이 스쳐가는 거리는 고작 23m에 불과하다. 우주에서 23m는 아주 가까운 거리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비상이 걸렸다. 더 큰 문제는 과학기술위성 3호의 경우 자세 변경을 위한 추력기만 있고 궤도 수정을 위한 장치는 없다는데 있다. 즉 회피 기동이 불가능하다는 거다. 위성 3호는 600㎞ 상공을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지상에서 명령을 통해 자세만 바꿀 수 있을 뿐 정지한다거나 혹은 파편의 궤도를 측정해 충돌 시점에 궤도를 수정하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지구 상공은 각국에서 쏘아올린 수많은 인공위성이 움직이고 있다. 위성 간 충돌 등으로 인해 수만 개의 우주 쓰레기가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회피 기동'이다. 충돌 가능성이 예측됐을 때 궤도를 수정하거나 혹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화성에서 일어났던 일은 이런 회피 기동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10월19일 화성에 아주 가깝게 스쳐가는 사이드 스프링 혜성을 두고 화성 탐사선 보호 작전에 뛰어들었다. 자칫 혜성이 남기고 간 부스러기에 탐사선이 파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C/2013 A1 사이딩 스프링(Siding Spring)'은 화성에 약 13만2000㎞까지 접근했다. 화성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는데 당시 화성 궤도 탐사선의 안전이 문제가 됐다. 혜성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혜성의 부스러기가 함께 움직이는데 이 작은 부스러기와 충돌하면 관련 탐사선들은 흔적도 없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혜성은 초속 56㎞로 움직였다. 이런 속도에서는 아주 작은 물체라도 부딪히면 견뎌내지 못한다.나사 측은 이 혜성이 화성을 지나갈 때 관련 탐사선들을 반대편에 위치하도록 하는 '회피 기동'을 명령했다. 세 개 전문가팀이 혜성의 궤도를 면밀히 추적했고 예상 진로를 파악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화성정찰위성(Mars Reconnaissance Orbiter, MRO)과 오디세이(Odyssey), 메이븐(Mars Atmosphere and Volatile Evolution ,MAVEN) 등 궤도 탐사선은 혜성이 지나는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이런 회피 기동 등의 노력으로 혜성이 지나간 뒤에도 탐사선은 무사했다. 4일 밤 충돌 위험이 제기된 우리나라 과학기술위성 3호는 불행히도 회피기동이 불가능하다. 미국 합동우주작전본부(JSpOC)가 우리 공군과 카이스트(KAIST)에 충돌위험이 있다는 정보를 통보했다. 미래부는 이에 따라 카이스트, 천문연, 항우연과 함께 충돌위험대응팀을 구성했는데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충돌 시간대에 자세를 변경시키는 것 외에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셈이다. 충돌위험대응팀은 "충돌 전후에 예정된 위성과 교신시간(4일 오후 9시9분~10시43분)을 활용해 위성의 자세제어를 통해 충돌위험을 최소화하고 충돌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상황별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위성 3호는 278억4000만원을 투입해 만든 국내 최초 우주관측 적외선 관측 소형위성이다. 지구 상공에 우주 쓰레기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이를 피할 수 있는 회피 기동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 회피 기동을 통해 국민의 재산은 물론 위성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위성3호가 그린란드 상공에서 우주 파편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사진제공=미래부]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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