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이어 쿠웨이트·이라크도 가격 할인…亞 중동산 원유 의존도 줄이기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글로벌 석유전쟁의 막이 오른 가운데 아시아가 주요 산유국들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쿠웨이트는 이날 아시아에 공급하는 원유 가격을 대폭 할인해주겠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PC)는 성명을 통해 "다음 달 인도분부터 아시아 판매가격을 두바이유가 대비 배럴당 3.95달러 깎아주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이후 6년 만에 최대폭의 할인이다. 현재 아시아에서 쿠웨이트산 원유는 두바이유 대비 배럴당 2.10달러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앞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에 수출하는 내년 1월 인도분 원유를 배럴당 2달러씩 할인한다고 공지했다. 지난 2000년 이후 아시아 원유 공급가를 가장 많이 내리기로 한 것이다. 이라크도 아시아에서 11년 만에 최대폭의 가격 할인을 단행했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선이 무너질 판이다. 현 유가대로라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12개 회원국 중 카타르와 쿠웨이트를 뺀 10개국이 재정적자를 면치 못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산유국들이 아시아에서 앞 다퉈 가격을 낮추고 있는 것은 아시아 원유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아시아는 이미 지난 2008년 북미와 유럽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소비 지역이 됐다. 지난 1980년대 10%에 불과하던 아시아의 글로벌 원유 시장 점유율은 2010년 29%까지 늘었다. 아시아는 수입하는 원유의 80%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중동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브렌트유·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밑도는 두바이유 가격 등이 이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러시아 등이 잇따라 아시아 시장을 기웃거리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 역시 중동산 원유 의존도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최근 4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산 원유를 수입했다. 한국도 올해 들어 아프리카산 원유 수입을 늘렸고 미국과 캐나다서 처음으로 원유를 들여왔다. 오스트리아 에너지 컨설팅업체 JBC에너지의 요하네스 베니니 회장은 "사우디가 아시아에 제안한 할인 가격은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라면서 "다른 지역 산유국들이 미국과 유럽으로 가던 원유를 아시아로 틀면서 중동 국가들은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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