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경영상 필요' 요건, 고법·대법 '쌍용차 사건' 엇갈린 판결…인권위, 근로기준법 개정 권고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혜영 기자]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해 상반된 판결을 내리면서 모호한 정리해고 요건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보영)는 2009년 쌍용차가 단행한 정리해고 조치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한 정당한 행위라면서 '정리해고는 유효'라고 13일 판결했다. 반면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조해현)는 지난 2월7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쌍용차가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쌍용차가 정리해고에 앞서 단행한 부분휴업, 임금동결 등의 조치를 해고회피 노력으로 판단했다. 사회 쟁점으로 부각됐던 쌍용차 사태에 관해 각급 법원이 정반대 판결을 내놓은 것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라는 정리해고 요건의 모호함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2월 국회의원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근로기준법 개정을 권고하면서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인권위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라는 정의를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경영 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 이외에는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그 요건을 명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호한 근로기준법 문제는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노동법이 전문분야인 한 변호사는 "1심과 2심 판결이 엇갈렸고 2심과 대법원 판단이 전혀 달랐던 만큼 법조계에서도 쟁점별 판단을 쉽게 할 수 없었던 사안이었다"면서 "대법원이 정리해고 요건을 원심보다 넓혀 판단한 것은 법적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의 이번 판단대로라면 사실상 모든 기업의 정리해고는 정당성을 갖게 된다. 경영위기를 판단한 대법원의 기준 자체도 기업에 유리하게 해석되도록 하고 있어 동의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사측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귀책사유가 없는 노동자의 생계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사회적으로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면서 "유럽의 경우 기업이 정리해고를 단행하려 하면 정리해고를 회피하고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은 기업의 판단만으로 대량해고를 할 수 있도록 용인하는 무책임함의 극치"라면서 "정리해고의 상징과도 같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패소로 앞으로 속출할 정리해고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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