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유럽에서 보낸 우주 탐사선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착륙했다.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유럽우주국(ESA) 관제센터는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의 탐사 로봇 필레(Philae)가 12일 오후 4시 3분(세계 표준시)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고 발표했다.ESA의 안드레아 아코마조 비행 책임자는 “필레가 표면에 도달했다는 착륙 신호를 보내왔다”고 확인했다.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가 67P 혜성에 탐사로봇 필레를 착륙시켰다. 이미지=ESA
혜성 표면에 탐사 로봇을 착륙시켜 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05년 7월 우주탐사선 딥 임팩트호의 충돌체를 혜성 템펠 1호에 충돌시키는 실험을 한 적은 있다. 필레는 세계 표준시 기준으로 이날 오전 8시35분 모선인 로제타호를 떠나 약 22.5km를 낙하해 7시간 만에 이 혜성 표면 아질키아에 안착했다.무게가 100㎏가량 되는 필레는 중력이 거의 없는 67P에 착륙함과 동시에 튕겨 나가지 않도록 드릴 장치와 작살을 이용해 표면에 몸체를 고정했다. 아질키아는 67P 혜성에서 상대적으로 평평한 지역으로 지난 9월 착륙 지점으로 확정됐다. 현재 지구에서 5억1000만㎞ 떨어진 67P 혜성은 길이가 약 4㎞로 마치 고무 오리 장난감처럼 2개의 큰 덩이가 연결된 모습이어서 '오리 혜성'으로도 불린다. 태양 주위를 6년 반에 한 바퀴씩 돈다.필레는 혜성에 착륙하고서 곧바로 주변 사진을 촬영해 보낼 예정이다. 또 표면에서 30㎝가량 아래에 있는 토양을 채취해 화학적으로 분석하는 등 최소3개월가량 탐사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필레가 기온이 낮은 67P에서 얼마나 오래 정상적으로 작동할지는 예상이 어렵다. 필레는 2∼3일가량 자체 에너지를 이용해 작동하고 이후에는 몸체를 둘러싼 태양전지판으로 충전한다.혜성은 약 46억 년 전 태양계 형성 당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로제타호와 필레가 보내오는 자료는 태양계 진화 역사와 나아가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혜성에는 유기분자가 있어 혜성과 지구가 충돌하면서 오늘날 생명이 비롯됐다는 가설도 나왔다. 로제타호는 2004년 3월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이후 11년가량 지구-태양 거리의 42배가 넘는 65억㎞를 비행해 67P 혜성에 도착했다. 로제타호는 항해 도중 2008년 9월 스타인스 소행성과 2010년 7월 루테시아 소행성을 근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로제타호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자 2011년 6월 동면에 들어가 비행하다가 올해 1월 2년 반 넘는 동면을 끝내고 작동을 재개했다.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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