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삼성 선수들[사진=김현민 기자]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삼성 왕조'는 2010년 이후 프로야구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됐다. 4연속 통합우승은 프로야구 33년 역사에서 어떤 구단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 명문구단의 자부심은 선수들을 한 데 뭉치게 했고, 여기에 베테랑과 신인급 선수, 외국인선수의 구분은 없었다. 그리고 놀라운 집중력과 냉정함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1세기 최강의 팀을 원하는 삼성, 그들의 야구는 이랬다. ◆ L-Loyalty(충성심) = 선수들은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올 시즌 전까지 한국시리즈 무대에만 스물다섯 차례 선 이승엽(38)부터 첫 출전하는 박해민(24)과 김헌곤(26), 야마이코 나바로(27)까지 마찬가지였다. 이승엽은 "한국시리즈를 이기면서 끝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고 했고, 나바로는 "타석에 설 때 어떻게 칠지보다 어떻게 하면 팀이 이길지를 생각한다"고 했다. 2차전에서 2루 도루를 하다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을 다친 박해민도 공격과 수비를 거르지 않았고, 김헌곤도 수비에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힘을 보탰다. 한국시리즈 여섯 경기 타율 0.333(24타수 8안타) 4홈런 10타점 8득점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나바로는 "(MVP를) 내가 받을 줄 몰랐다. 팀이 우승한 데 만족한다"고 했다. ◆ I-Ideal(이상적인) = 삼성은 '되는 팀'이었다. 마무리투수 오승환(32)이 빠지고, 주전 1번 타자이자 중견수 배영섭(28)이 군 입대로 자리를 비웠지만 임창용(38)과 나바로가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 나바로는 채태인(32)과 최형우(31), 이승엽 등 왼손타자들에 비해 약했던 오른손 거포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웠다. 10승 이상 투수 세 명(릭 밴덴헐크ㆍ윤성환ㆍ장원삼)과 9승 투수 두 명(J.D. 마틴ㆍ배영수)이 맡은 선발진은 가장 안정된 방어 능력을 보였고, 차우찬(27)과 심창민(21), 안지만(31), 임창용(38)이 나선 뒷문 단속도 뛰어났다.
2014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삼성 선수들[사진=김현민 기자]
◆ O-Opportunity(기회) = 한국시리즈 우승은 삼성과 넥센 모두에게 기회였다. 삼성은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넥센은 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기회를 삼성은 잡았고, 넥센은 놓쳤다. 염경엽 넥센 감독(46)은 11일 한국시리즈 6차전을 마친 뒤 "기회는 늘 오지 않는다. 정말 우승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눈물을 보였다. 삼성도 기회를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잖았다.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 등 전력누수가 있었고, 정규리그 막판 매직넘버 '3'을 남기고는 5연패를 당해 넥센에 1위 자리를 위협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자군단은 여전히 배가 고팠고,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삼성의 주장 최형우가 5차전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친 뒤 "우리 팀이 질 것 같다는 이야기에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한 것처럼. ◆ N-Never stop(멈출 줄 모르는) = 5차전의 극적인 승리가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더구나 패색이 짙은 9회말 2아웃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양 팀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시작하기 전부터 "3선승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고, 삼성은 역전극으로 시리즈 3승째를 따냈다. 삼성은 그 상승세를 6차전에 고스란히 이어갔다. 6차전 최우수선수(MVP) 윤성환(33ㆍ6이닝 3피안타 1실점)은 "6차전에서 무조건 끝낸다는 생각으로 선수들과 이야기했다"고 했다. 류중일 감독(51)도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다. 분위기를 잡았을 때 치고나가야 편하게 간다"며 "아마 7차전까지 가 밴 헤켄과 상대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했다. ◆ S-Solidarity(결속) =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뛰었고, 지금도 소속돼 있는 팀이지만 삼성은 '개인'보다 '팀'을 중시했다.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바탕으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데, 한 점을 더 내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넥센에게 없었던 그 동안의 경험은 좋은 자양분이 됐다. 류 감독은 "우승을 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의지가 팀을 하나로 묶었다"고 했다.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6)의 경기장 방문은 선수들을 결속시키는 촉매 역할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장에서 삼성의 우승을 지켜보며 기쁨의 순간을 함께 했다. 더구나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2)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의 방문이었다. 류 감독을 비롯해 이승엽, 박한이(35) 등 뼛속까지 '삼성맨'이라는 의식으로 투철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했다. ◇ 프로야구 삼성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총 8회) 일지- 1985년(전ㆍ후기 통합우승 / 한국시리즈 없음)- 2002년(vs LG / 4승 2패)- 2005년 (vs 두산 / 4승)- 2006년(vs 한화 / 4승 1무 1패)- 2011년(vs SK / 4승 1패)- 2012년 (vs SK / 4승 2패)- 2013년(vs 두산 / 4승 3패)- 2014년(vs 넥센 / 4승 2패)◇ 역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1982년 김유동(60ㆍ외야수ㆍ두산) / 타율 0.400 3홈런 12타점- 1983년 김봉연(62ㆍ지명타자ㆍ해태) / 타율 0.474 1홈런 8타점- 1984년 유두열(58ㆍ외야수ㆍ롯데) / 타율 0.143 1홈런 3타점- 1985년 한국시리즈 열리지 않음- 1986년 김정수(52ㆍ투수ㆍ해태) /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2.45- 1987년 김준환(59ㆍ외야수ㆍ해태) / 타율 0.500 2홈런 4타점- 1988년 문희수(49ㆍ투수ㆍ해태) / 3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46- 1989년 박철우(50ㆍ지명타자ㆍ해태) / 타율 0.444 1타점- 1990년 김용수(54ㆍ투수ㆍLG) /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1.29- 1991년 장채근(50ㆍ포수ㆍ해태) / 타율 0.467 8타점- 1992년 故 박동희(1968~2007ㆍ투수ㆍ롯데) / 3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3.78- 1993년 이종범(44ㆍ내야수ㆍ해태) / 타율 0.310 4타점- 1994년 김용수(54ㆍ투수ㆍLG) / 3경기 1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0.00- 1995년 김민호(45ㆍ내야수ㆍOB) / 타율 0.387 2타점- 1996년 이강철(48ㆍ투수ㆍ해태) / 5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56- 1997년 이종범(44ㆍ내야수ㆍ해태) / 타율 0.294 3홈런 4타점- 1998년 정민태(44ㆍ투수ㆍ현대) / 3경기 1승 3세이브 평균자책점 0.51- 1999년 구대성(45ㆍ투수ㆍ한화) / 5경기 1승 3세이브 평균자책점 0.93- 2000년 탐 퀸란(46ㆍ내야수ㆍ현대) / 타율 0.346 3홈런 10타점- 2001년 타이론 우즈(45ㆍ내야수ㆍ두산) / 타율 0.346 3홈런 10타점- 2002년 마해영(44ㆍ외야수ㆍ삼성) / 타율 0.458 3홈런 10타점- 2003년 정민태(44ㆍ투수ㆍ현대) / 3경기 3승 평균자책점 1.69- 2004년 조용준(35ㆍ투수ㆍ현대) / 7경기 3세이브 평균자책점 0.00- 2005년 오승환(32ㆍ투수ㆍ삼성) / 3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0.00- 2006년 박진만(38ㆍ내야수ㆍ삼성) / 타율 0.280 2타점- 2007년 김재현(39ㆍ내야수ㆍSK) / 타율 0.348 2홈런 4타점- 2008년 최정(27ㆍ내야수ㆍSK) / 타율 0.263 1홈런 10타점- 2009년 나지완(29ㆍ외야수ㆍKIA) / 타율 0.250 2홈런 4타점- 2010년 박정권(33ㆍ내야수ㆍSK) / 타율 0.357 1홈런 6타점- 2011년 오승환(32ㆍ투수ㆍ삼성) / 4경기 3세이브 평균자책점 0.00- 2012년 이승엽(38ㆍ내야수ㆍ삼성) / 타율 0.348 1홈런 7타점- 2013년 박한이(35ㆍ외야수ㆍ삼성) / 타율 0.292 1홈런 6타점- 2014년 야마이코 나바로(27ㆍ내야수ㆍ삼성) / 타율 0.333 4홈런 10타점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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