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정'이 직업선택 최우선이 된 현실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105개 직업군의 근로자 3000여명을 상대로 직업 가치관을 조사한 결과다. 안정성에 이어 '몸과 마음의 여유' '성취' '금전적 보상' '(사회적) 인정'의 순서로 꼽혔다. 2004년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일자리의 안정성과 금전적 보상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올해 1순위 안정성의 경우 10년 전에는 3순위였다. 4순위 '금전적 보상'도 10년 전 7순위에서 올라왔다. 반면 10년 전 1순위였던 '성취'는 올해 3순위로 내려앉았다. '봉사'나 '애국' 또한 10년 전보다 순위가 내려갔다. '몸과 마음의 여유'는 2순위를 지켰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과 고용시장의 찬바람을 경험한 지난 10년 새 우리 사회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악화된 청년 취업난, 늘어난 비정규직,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와 그에 따른 소득 양극화, 40~50대의 조기 퇴직 바람이 직업을 선택하는 가치관과 기준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대학을 나와 몇 년째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공시족'이 수두룩하고 대기업 공채시험에 수만 명이 몰리는 이유다.  직업관에 영향을 미친 고용시장 변화의 핵은 비정규직 양산과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다. 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보호대책이 있지만 현장에선 통하지 않는다. 지난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1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64.2%로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때 비정규직 경력을 인정하고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을 축소하는 등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연내 발표한다지만 고용현장에서 통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뭐니 뭐니 해도 '안정이 최고'라는 직업 가치관은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역동성이 약화된 사회는 잠재 성장력을 갉아먹는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주요 제조업이 중국에 밀리기 시작한 이유다. 이번 조사에서 지식 추구(2004년 4순위→올해 7순위)ㆍ변화 지향(8순위→9순위)의 직업 가치관 순위도 떨어졌다. 첨단기술 개발과 신산업 발달 등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데에도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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