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계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북서부에 위치한 룩셈부르크는 점차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모두 미국 등 금융강국에 이어 3번째 큰 손으로 떠올랐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12억69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어치 순수히 빠져나갔다. 그 충격으로 전일 코스피 지수는 1930선 아래로 떨어지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구 50만명의 소국 룩셈부르크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상장주식은 총 437조8000억원 어치로 전체 시가총액의 32.1%를 차지하고 있다. 또 외국인은 상장채권을 98조6000억원 어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주식의 경우 미국이 171조4000억원어치를 보유해 외국인 중 가장 투자규모가 컸고 뒤를 이어 영국(35조4000억원), 룩셈부르크(27조5000억원)가 자리했다. 채권시장에서도 룩셈부르크는 12조원을 보유해 미국(19조원), 중국(13조원) 다음이었다. 일본 등 강대국을 뒤로 하고 룩셈부르크가 3위안에 든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사실 룩셈부르크는 금융강국이다. 인구 55만명의 이 나라는 면적이 경기도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이 11만달러를 넘어 세계 최고 부자 나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2만달러로 33위권이다. 룩셈부르크가 국부를 키울 수 있던 것은 낮은 세금을 강점으로 글로벌 대기업을 유치하고 거대 금융사들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26개국에서 141개 은행이 들어와 있으며 3800여개의 투자펀드가 영업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의 투자은행들은 약 2조1000억유로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에서도 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지난달 영국, 독일 등이 보유주식을 팔때 룩셈부르크는 72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일본(9300억원), 미국(7900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규모가 큰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룩셈부르크는 낮은 법인세율 등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라며 "세계적인 펀드회사들이 룩셈부르크에 법인을 설치하면서 국내 투자규모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은머리 외국인 논란= 다만 일부 자금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조세회피처인 룩셈부르크에 법인을 설립, 다시 국내로 자금을 들여오는 '검은머리 외국인'의 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조세회피지역 소재 투자자 수는 총 7626명으로 집계됐다. 케이만군도가 2944명으로 투자자가 가장 많았는데 룩셈부르크도 1525명이나 됐다. 이들 조세회피처 소재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내 상장 주식은 모두 46조7000억원. 이중 룩셈부르크의 검은 머리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투자한 금액은 25조1960억원으로 5.9%를 차지, 가장 많았다. 이 의원은 "내국인이 외국인으로 둔갑해 국내 증시에서 차익을 얻고 양도세ㆍ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라며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내국인 투자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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