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 위어바오 수탁고 세계 최대級…온라인 보험 판매와 대출 넘봐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알리바바를 성장시키고 기업을 공개해 공모가 기준 218억달러를 거머쥔 마윈(馬雲) 회장은 알리바바를 코끼리에 맞선 개미로 비유하곤 했다. 코끼리는 미국 이베이였다. 이베이에 비해 알리바바의 입지는 미미했다. 그가 10년 전 "개미와 코끼리의 싸움"이라고 표현한 중국 전자상거래 경쟁에서 결국 개미가 승리를 거뒀다. 마 회장은 중국을 장악한 데서 만족하지 않고 전선을 글로벌 시장으로 넓혀 이베이와 새로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19일 첫 거래에서 알리바바 주가가 38% 치솟아, 보유 지분 가치가 300여억달러로 뛰었다. 사진=블룸버그
◆금융에도 도전= 마 회장의 또 다른 개미 군단이 행진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바탕으로 한 금융 서비스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알리바바가 중국의 금융업계와 대결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이 도전을 상세하게 전했다. 마 회장은 결제회사 알리페이와 온라인 펀드 등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마 회장이 지분 5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저장(浙江) 앤트 스몰 앤드 마이크로 파이낸스 서비시스 그룹'은 중국 금융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명에 앤트(Antㆍ개미)라는 단어를 넣은 걸 보면 마 회장은 기존 강자를 무너뜨리는 개미떼의 힘을 믿는 듯하다.마 회장의 '금융 부문 개미'가 도전장을 낸 상대는 중국의 금융업계다. 알리바바 그룹의 인터넷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余額寶)의 수탁고는 지난 6월 말 5740억위안(약 97조6300억원)으로 증가하며 세계 최대급 MMF 대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이후 1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높은 수익률이 인기 비결이다. 중국은 금리를 규제한다. 현재 중국 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연 3.3%, 요구불예금은 0.35%로 제한돼 있다. 위어바오는 연 4%를 준다. 출시 초기에는 7%였다가 점차 낮아졌다. ◆아성에 큰 구멍 뚫었다= '코끼리' 기존 은행은 당연히 위어바오를 못마땅해한다. 그런 심기를 미디어가 대변했다. 중국 공영방송 중앙채널 CNTV 금융부의 뉴엔싱 편집장은 지난 2월 말 "위어바오는 은행 몸에 붙은 흡혈귀"라고 원색적으로 매도했다. 몇몇 대형은행은 3월 고객이 알리페이에 이체하는 금액에 한도를 정하는 방식으로 견제에 들어갔다. 은행의 반응은 과민한 게 아니다. 돈이 위어바오에 몰리면서 지난 몇 달 동안 가계 예금이 감소했다. 이는 가계 예금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마 회장이 반발했다. 그는 알리바바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이왕(來往)에 "은행이 중국의 시장지향형 금융 자유화에 보조를 맞추지 못 하고 있다"고 올렸다. 저장 앤트는 지난 5월 톈홍(天弘)자산운용을 인수했다. 국유 운용사였던 톈홍은 위어바오를 출시할 때 알리바바와 손을 잡았다. 톈홍자산운용은 수수료로 1% 미만을 받는다. 올해 상반기에 수수료 수입으로 15억위안이 알리바바그룹으로 들어왔다.
중국 인터넷기업 알리바바그룹은 기업간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알리바바닷컴과 오픈마켓 타오바오(淘寶), 전자결제 서비스 업체 알리페이 등을 운영하며 시너지를 올린다.
◆현금처럼 쓰이는 알리페이= 위어바오는 중국에서 즈푸바오(支付寶)라고 불리는 알리페이와 연계돼 운영된다. 고객은 알리페이에 돈을 이체해놓고 온라인쇼핑을 하다가 남은 금액을 위어바오의 계정에 납입할 수 있다. 물론 직접 위어바오에 자금을 이체해도 된다. 위어바오는 전자상거래를 하면서 알리페이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가까운 투자처가 됐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를 넘어 중국인의 일상 경제활동에 자리잡았다. 지난 6월 말까지 1년 동안 알리페이로 결제된 7780억달러 중 30%만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에 쓰였다. 나머지 금액은 월세를 내고 전기료와 수도ㆍ가스요금을 치른다. 항공권과 기차표를 사는 데도 쓴다. 이동 중일 때에는 스마트폰을 알리페이 전자지갑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알리바바의 상대가 이베이인 것처럼 알리페이의 맞수는 미국 페이팔이다. 알리페이는 규모에서는 페이팔을 압도한다. 지난 6월 말까지 1년 동안 페이팔로 결제된 금액은 2030억달러다. 알리페이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알리페이와 페이팔 모두 결제 수수료로 매출을 올린다. 저장 앤트의 다음 목표는 온라인 보험 판매와 알리바바 소매 사이트에 입점한 소기업에 대한 소액 대출이다. 저장 앤트를 상장하면서 대주주 마 회장은 다시 한 번 엄청난 재산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마 회장은 자신의 저장 앤트 지분을 8.8% 이하로 낮출 계획이라고 이 회사는 전했다. 알리바바는 마 회장이 중국 투자자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지분을 임직원에게 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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