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보고서 리뷰]'손녀가 피해자 등록신고…우울증 앓아'

생존 피해 할머니 증언②

김○○ 할머니.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주상돈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11. 김○○ '16살 때인가, 17살 때인가…이젠 가물가물'1926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김○○(88) 할머니의 강제동원 시기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 할머니 진술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증언집도 따로 없다. 인터뷰를 진행한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연행 나이는 16~17살로 추정되며 취업사기로 대만위안소로 끌려갔다. 대만에서 해방소식을 전해 듣고도 1946년 가을에야 한국 땅을 밟았다.할머니는 현재 대구 한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최근 건강이 악화돼 지난 6월 열린 합동 생일잔치에도 불참했다.할머니 댁 베란다에는 화분이 하나 있다. 빨갛게 봉오리를 피운 꽃의 목이 꺾일까 나무젓가락으로 줄기를 받쳐 놨다. "어느 날 보니 할머니가 그렇게 대놓았더라고요." 요양보호사의 설명이다. 꽃을 애지중지 하는 할머니의 심성이 꼭 소녀 같다.

김순옥 할머니.

#12. 김순옥 '콩죽 먹을 만큼 가난…18살 때 중국으로 끌려가'김순옥(92) 할머니는 1922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났다. 집 앞에서 보면 평양 모란봉이 내다보였다. 오빠 둘, 여동생이 한 명 있었다. 어린시절, 콩으로 죽 쒀 먹을 만큼 생활이 궁핍했다. 7살 때 남의 집 살이를 했다. 할머니는 18살 때 중국 랴오닝성으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했다.이후 중국에서 생활하던 김 할머니는 2005년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히고 2006년 12월 영구 귀국했다. 현재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할머니는 요즘 팔다리 힘이 약해져 외출할 때 휠체어 없이는 거동이 불가능하다. 거동이 불편해도 바깥구경은 반갑다. 할머니는 휠체어를 보면 "어이야, 나간다고?"라며 손뼉을 쳤다. 얼마 전 딸이 선물해준 효도라디오를 듣는 것이 할머니의 낙이다.

김양주 할머니.

#13. 김양주 '가정폭력 시달려 엄마와 집 나왔다 끌려가'1924년생인 김양주 할머니는 경상남도 마산에 살고 있다. 어릴 적 아버지의 가정 폭력 때문에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왔다가 위안소로 끌려갔다. 지난달 만난 할머니는 치매 초기 현상에 어지럼증, 고혈압, 당뇨 등을 앓고 있었다.60대인 수양아들은 6개월 전 한쪽 다리에 혈전증이 심해져 무릎 아랫부분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할머니는 "기가 차 죽겠다. 젊은 사람이 저러니까 내가 더 마음이 아프다"며 속상해 했다. 요양보호사가 하루 3시간30분씩 이들의 집을 찾아 설거지, 요리, 빨래 등 집안일을 해주고 있다. 가톨릭 신자인 김 할머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18일)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의 미사'에 참석했다. 

김○○ 할머니.

#14. 김○○ '돌아와 결혼도 했지만, 가족들에게조차 쉬쉬'1932년생인 김○○ 할머니는 피해자들 가운데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다. 1년가량 위안소에서 고초를 겪고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위안부 피해자들 대부분이 학교를 다닐 기회를 얻지 못한 반면 김 할머니는 귀국 후 중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결혼도 해서 아이도 낳고, 지금은 손자의 재롱에 즐거워하는 평범한 '할머니'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경상남도에 거주하고 있는 김 할머니는 친구나 지인뿐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도 본인이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학교 동창을 비롯해 지역사회에 인맥이 퍼져 있어 위안부였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가족들이 감내할 고통을 염려한 때문이다. 

김○○ 할머니.

#15. 김○○ '12살에 일본으로 보내져, 놀러가는 줄 알았지'김○○ 할머니는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로 이주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던 12살에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일본으로 '송출'됐다. 할머니는 그때를 떠올리며 "우리는 놀러가는 줄 알았지"라고 증언했다. 비행기 부속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9개월간 일을 하다가 군인 수용소 근처의 큰 건물에서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됐다.할머니는 현재 경기도의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여동생이 할머니의 손발이 돼주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가 나면 버럭 호통을 치고 흥에 겨우면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를 만큼 에너지가 넘쳤던 할머니는 지금은 기력이 약해져 이마저도 힘들다고 한다.

김○○ 할머니.

#16. 김○○ '스스로 피해자임을 알리는 것도 고통스러워'현재 울산에 살고 있는 김○○(86) 할머니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김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에 동원된 시기와 어떻게 끌려갔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28년에 태어났다는 것이 전부다. 할머니 스스로가 '위안부' 피해자였음을 알리기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다행히 집 근처 공원에 혼자 다닐 정도로 아직 건강하다고 한다.현재 생존해 있는 대부분의 피해 할머니들은 건강이 크게 좋지 않아 지역 봉사자나 활동가들의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김 할머니는 외부인의 방문을 꺼리며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외한 할머니.

#17. 김외한 '해방 당시에도 12세…가장 젊은 피해자'경상북도 안동 출신인 김외한(80) 할머니는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가장 젊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 7월 남편과 함께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찾아와서 재입소했다. 앞서 2012년 나눔의 집에 처음 왔을 때보다 몸 상태가 나빠져 있었다. 스스로 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지난 9일 만난 김 할머니는 바지를 걷어 올려 수술 자국을 보여주며 연신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이미 두 무릎은 수술을 받은 상태로 할머니는 성인용 보행기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유독 주름살이 많은 김 할머니는 기자에게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정분 할머니.

#18. 김정분 '유학 보내준다는 말에 속아 15세에 집떠나'경기도 평택이 고향인 김정분(84) 할머니는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준다는 말에 속아 15세에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갔다.세 차례의 뇌경색을 겪은 뒤 2012년 나눔의 집에 입소했다. 집중치료실 침대에 누워 양손과 고개를 조금 움직이는 것이 김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치매를 앓는 탓에 한 달에 한 번 찾는 아들 내외를 반갑게 맞아 놓고도 이들이 돌아가고 나면 금새 방문 사실을 잊는다고 한다.낯선 사람을 보자 눈만 깜빡이던 김 할머니는 이내 빨간색 매니큐어를 칠한 손을 내민다. 얼마 전 봉사자가 칠해줬다는데 손톱이 자라 반밖에 안 남았다. 힘겹게 내민 손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박숙이 할머니.

#19. 박숙이 '16살때 조개 잡다가 나고야로 끌려가'박숙이 할머니(92)는 열여섯 살 때 바닷가에서 조개를 잡다가 영문도 모른 채 일본 나고야로 끌려갔다. 10여명의 조선 처녀들과 감금돼 있다가 중국 만주로 이동, 6년 동안 만주와 상하이의 위안소를 떠돌았다. 같이 끌려간 고종사촌은 해방을 맞은 해에 할머니가 보는 앞에서 일본군 총에 맞아 사망했다. 1948년에 귀국해 3년 만에 고향인 남해로 돌아와 1남2녀를 입양해 키웠다.할머니는 현재 방 두 개와 조그마한 부엌이 딸린 집에서 혼자 생활한다. 수첩에 꽃ㆍ동물 그림을 그리고 공기놀이를 하면서 무료함을 달랜다.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려 기자가 무릎을 꿇고 자리를 잡자 "일본사람만 무릎을 꿇는다"며 호통을 쳤다. 이날 할머니는 열 손가락에 빨갛게 봉숭아 물을 들였다.

박○○ 할머니.

#20. 박○○ '손녀가 피해자 등록신고…우울증 앓아'박○○ 할머니(89)에 대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증언집은 따로 나와 있지 않다. 박 할머니의 경우 근래에 손녀의 신고로 위안부 피해자 등록을 마쳤지만 공개되는 것을 꺼려 해 할머니의 정확한 동원 시기와 장소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지난해 봄 고관절과 허리 수술을 받은 이후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다. 우울증도 앓고 있다고 한다. 1년 넘게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할머니는 24시간 간병인의 돌봄을 받고 있다. 평소 편식을 하지 않는 할머니지만 현재는 치아가 거의 없어 먹고 싶은 음식을 맘껏 못 드시는 것이 안타깝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획취재팀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기획취재팀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기획취재팀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기획취재팀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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