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차이나 파워가 거세지면서 국내 석유화학ㆍ엔지니어링 업체들이 글로벌 대형 수주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에 밀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가 추진하는 총 200억달러(20조원) 규모의 정유 및 석유화학 복합개발(RAPIDㆍRefinery And Petrochemical Integrated Development) 프로젝트 공개 입찰에 대림, 삼성 등 국내 대형 업체들이 참여했으나 모두 탈락했다. 앞서 2010년부터 말레이시아 정부는 싱가포르 국경과 인접한 조호르바루 지역에 30만배럴 규모의 석유정제시설과 유관시설을 짓는 RAPID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에 우리 기업들도 패키지별로 입찰에 참여했다. 올 초 우리 기업은 정부와 함께 민간수주단을 파견해 주요 발주처와 고위급 면담을 실시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사업 부문별로 나눠서 진행한 11개 패키지 입찰에서 국내 업체는 단 한 곳도 수주하지 못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대형 입찰에 참여해 모두 탈락한 경우를 찾기 힘든 만큼 업계는 충격적인 일로 보고 있다. 대신 중국의 최대 석유화학 업체인 시노펙이 가장 큰 패키지 입찰을 따냈다. 시노펙은 13억2900만달러(약 1조3666억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국가석유공사 정유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글로벌 전자, 석유화학, 철강, 조선 시장에서 불고 있는 차이나 열풍이 대형 수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국내 기업들은 말레이시아에서 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달아 수주했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은 7억7000만달러(8000억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가스 플랜트를 따낸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말레이시아에서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밀릴 위기에 처해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10년에 앞으로 10년간 인프라, 에너지, 금융, 관광산업에 4440억달러가 투자되는 중장기 경제개발계획(ETP)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이 그간 우위를 보여왔던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서도 중국에 밀릴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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