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 오세근, 남모를 노력으로 컨디션 빠르게 회복...군인정신 앞세워 금 노려
오세근[사진=김현민 기자]
[진천=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거친 숨소리. 얼굴은 땀범벅이 됐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 모든 선수들이 코트를 바쁘게 뛰었다. 이어진 골밑 몸싸움. 격투 경기만큼 치열했다. 선후배 관계는 벗어던진 지 오래. 리바운드를 잡던 김주성(35ㆍ원주 동부)이 쓰러졌다. 누군가의 팔꿈치에 목을 맞았다. 한참을 뒹굴자 주위로 선수들이 몰렸다. 한 후배가 손을 내밀었다. “형, 괜찮아요?” 걱정스런 눈빛. 그러나 살살 하고 끝낼 기운이 아니다. 아니다 다를까 이어진 공격에서 골밑을 거칠게 파고들었다. 이어진 슛이 그물 사이를 통과하자 유재학 대표팀(51) 감독은 박수를 쳤다. “좋아. 좋아. 계속 이렇게 하자.” 답이 없었다. 하프라인을 막 넘어온 김종규(23ㆍ창원 LG)를 따라붙기 바빴다. 오세근(27ㆍ국군체육부대)이 달라졌다. 입대한 지 4개월 된 이등병답게 자세에 각이 잡혔다. 인터뷰도 앉아서 하는 법이 없다. 패기도 하늘을 찌른다. “인천 아시안게임(9월 19일~10월 4일) 우승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 대한민국 이등병의 힘을 보여주겠다.” 본보기는 축구의 이근호 병장(29). 2014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와 경기(1-1 무승부)에서 골을 넣었다. 그가 꼽은 비결은 ‘군인정신.’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다. 오세근도 같은 각오로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한다. 과감하고 끈덕진 움직임으로 상대 골밑을 두들긴다. 지난달 31일 뉴질랜드와 다섯 번째 평가경기에서는 10득점 7리바운드 3가로채기 2가로막기로 활약했다. 적극적인 쇄도가 주효했다. 자신보다 10cm 이상 큰 선수들 사이에서 정면충돌을 마다하지 않았다. 루즈볼이 나오면 어김없이 몸을 날렸다.
오세근[사진=김현민 기자]
계속된 분투로 몸은 정상이 아니다. 뉴질랜드 선수들의 팔꿈치에 가슴 부위를 맞아 연골이 손상됐다. “스치기만 해도 아프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계속 전투적으로 임한다. 그게 군인이다.” 사실 소집 전부터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발목과 무릎이 아팠다. 이 때문에 2012-2013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지난 시즌에도 부상 악몽에 고개를 숙였다. 경기당 평균 9.5득점에 그쳤고, 소속팀 안양 KGC인삼공사는 9위(19승35패)를 했다. 휴식을 취할 겨를 없이 오세근은 군에 입대했다. 기초 군사훈련을 받느라 이번 대표팀에는 가장 늦게 합류했다. 첫 날 훈련을 지켜본 유 감독은 “기량을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가 누비는 골밑은 최근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종현(20ㆍ고려대), 김종규 등 젊은 선수들이 무섭게 성장한다. 모두 오세근보다 신체 조건이 좋은 ‘빅맨’이다. 그는 “최종명단에 뽑히지 못할까봐 내심 불안했다”고 했다. 생존에는 남모를 노력이 있었다. 합류 둘째 날부터 새벽훈련을 자처했다. 오후 코트 훈련 때는 일찌감치 코트를 찾아 재활 프로그램을 받았다. “다른 선수들보다 몸을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어떻게든 더 많이 뛰려고 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투지는 군인정신에 한층 탄력을 받았다. “남들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지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각오로 경기를 뛴다.” 가장 신경을 쏟는 건 수비. 유 감독의 지시대로 외곽과 골밑을 부지런히 오고간다. 체력을 계속 끌어올리면서 신체적 불리함과 부족한 기술을 메운다. “이제는 경기에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직 분주하게 움직이고 슛을 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점프도 잘 되지 않아 기술을 온전하게 발휘하지 못한다. 악착같이 상대를 달라붙으면서 내 기량을 보여줘야 승산이 있다.” 8월 30일~9월 14일 열리는 농구 월드컵이 그렇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31위의 한국과 D조에 편성된 앙골라(15위), 호주(9위), 슬로베니아(13위), 리투아니아(4위), 멕시코(24위)는 대체로 신장이 높고 힘이 좋다. 유 감독은 “더 빠르고 집요하게 수비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속공, 스크린 등을 이용한 다양한 득점 루트를 선수들에게 주입시킨다.
오세근[사진=김현민 기자]
오세근은 이를 수행할 핵심 선수다. 김주성이 인천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고려해 미래 포워드진의 기둥 노릇을 해야 한다. 김주성은 “알아서 잘 하는 선수라서 걱정하지 않는다. 이미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했다. 오세근은 대학생(중앙대)으로 참여했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땅을 쳤다. 홈팀 중국과 결승에서 71-77로 져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다. 비교적 부진했던 그는 “어느 정도 주어진 출전 기회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아시안게임은 다르다. 군인의 패기를 앞세워 지난 아쉬움을 반드시 씻겠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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