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양인에 비해 감정을 억누르는 경우가 많아 우울증에 잘 걸리고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팀은 최근 하버드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모리죠 파버(Maurizio Fava, MD) 교수팀과 함께 한국과 미국의 우울증 환자 5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전홍진 교수팀에 따르면 우울증 척도의 총점이 우리나라 환자의 경우 14.58점으로 미국 환자의 19.95점에 비해 전반적으로 30% 가량 낮았다. 하지만 동시에 측정한 삶의 질 척도(Q-LES-Q-SF)에서 우울증 심각도는 한국이 39.15점으로 미국의 37.33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들은 미국 환자들에게 비해 같은 정도의 우울증에서 우울증 심각도가 낮게 평가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우리나라 환자가 우울한 기분을 말이나 표정으로 표현하는 정도가 미국 환자보다 낮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환자는 불면증, 식욕저하, 불안, 체중감소, 건강염려증 등의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우울증이 자살과 같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는 경우는 한국이 많았다.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중이거나 최근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우리나라 환자에게선 6.9%로, 미국인(3.8%)의 2배 가까이나 됐다. 이 같은 결과는 국가통계로도 확인된다. 미국이 지난 2012년에 발표한 2010년 기준 자살자 수를 보면, 인구 10만 명 당 12.4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자 수는 31.2명으로 미국의 약 2.5배 수준이다. 우울증을 치료하러 와서도 본인의 우울증 정도에 대해 과소평가할 정도로 자신의 병을 표현하는 데 인색한 반면 실제로는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어 시급한 치료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홍진 교수는 “감정이 억압이 되어 있고, 표현을 잘 안하기 때문에 자살징후가 나타날 정도가 돼야 알아차리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며 “병원에 와서도 이러한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다 보니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적 고통과 비용을 줄이려면 한국인의 우울증 특성에 맞는 치료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뿐만 아니라 진단과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감소시키고 우울증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에서는 삼성서울병원 등 14개 대학병원에서 1592명의 환자가, 미국에서는 하버드대학교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등 14개 주요 대학병원과 41개의 클리닉을 방문한 환자 3744명이 포함됐다.한국과 미국이 손잡고 대규모 우울증 연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 교수의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임상정신약리학회(International Clinical Psychopharmac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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