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긴장감이 감도는 극장 안, 한 여인이 무대 위로 올라선다. 화통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취재를 준비하던 기자들도 하나 둘 그를 바라본다. 물론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도 많다. “저 오늘 패션 어떤가요? 콘셉트를 블랙 앤 화이트로 잡아봤는데..여러분, 바쁘시겠지만 제게도 관심을 좀 가져주세요.” 능청스런 말투에 킥킥 웃음이 터진다. “웃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감동입니다.” 감격에 목이 메는 듯 연기를 하는 진행자 덕분에 극장의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그게 바로 방송인 박경림의 힘이다.데뷔한지 어언 16년 차, 옛말에 의하면 강산이 변했을 시간이다. 하지만 박경림은 늘 한결같다. 재치 있고, 겸손하다. 그는 라디오 ‘2시의 데이트’를 통해 매일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입담을 빛내는 또 다른 장소가 있으니 바로 영화 제작보고회 현장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의 소개는 물론 출연 배우들이 처음 관객들을 만나는 자리인 만큼 진행자로서 책임이 막중하다. 한 시간 안에 궁금한 얘기들을 모두 뽑아내야 하고, 많은 취재진들이 모이니 산뜻한 진행력이 필수다. ‘특급 진행자’ 박경림을 만나 재미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12년 전, 심재명 대표와의 인연제가 제일 처음 제작보고회 진행을 맡은 건 2002년이었어요. 당시 ‘버스정류장’이란 영화가 있었는데 김태우씨와 김민정씨가 주연을 맡았었죠. 그때는 영화 제작보고회 같은 게 없었어요. 심재명 대표님이 제 대학교 선배이신데, 지인들을 초대해서 이런 영화를 한다고 알리고 싶은데 진행을 좀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전례가 없으니까 약간 막막하기도 했죠. 지금은 대본이 있지만 그때는 식순만 있었어요. 그러고서 행사가 없다가 2009년도에 이나영씨가 출연한 ‘아빠는 여자를 좋아해’를 시작으로 영화 제작보고회 행사에 쭉 참여하게 됐죠.
▲영화를 사랑하는 여인사실 저도 영화를 너무 좋아해요. 출연도 한 적이 있어요. ‘재밌는 영화’라는 작품에서 북파공작원 이방희 역할을 맡았죠. 남파되면서 얼굴을 성형해 김정은씨로 바뀌어요. 하하.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동고동락하면서 작업을 하고 만들어가는데, 그게 너무 좋아요. 영화에서 딱 네 신 나오는데 그 기억도 참 좋더라고요. 정말 멋진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되면 언제든 또 출연할 의향이 있어요.▲친해서 좋고, 몰라서 더 좋은 배우들제가 친화력이 있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원래 사람을 좋아해요. 친한 분들은 친한 대로 좋고 잘 모르는 분은 몰라서 너무 좋죠. 새롭게 알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어요. 영화 행사섭외가 들어오면 감독과 배우는 안 가려요. 어떤 영화든지 다 좋은 의도로 열심히 만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즐겁게 참여하죠. 5년 정도 진행을 하다보니까 두 번 이상 다 만나게 되더라고요. 배우들이 장르에 따라서 표정이나 이런 것도 다 다르고 임하는 자세도 다른 걸 보면 대단한 것 같아요. 최민식씨 같은 경우도 ‘신세계’ 때와 ‘명량’때가 정말 다른 모습이셨어요.▲배우 컨디션 파악도 진행자의 몫저는 행사 전에 배우와 감독들을 미리 다 만나요. 어떤 배우는 오늘 컨디션이 안 좋고 얘기를 많이 안하고 싶다고 해요. 아니면 반대로 얘기를 많이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시죠. 그런 것을 미리 알아두고 적절하게 진행을 하려고 해요. 사실 앞에 기자분들이 몇백 명 있는데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미리 준비해 와도 긴장해서 제대로 말을 못하시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죠. 그래서 계속 얘기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면서 유도를 해요. ▲나를 놀라게 한 배우들김윤석씨는 영화 속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아주 재치가 있어요. 예능인으로서 가능성이 많은 배우죠. 진지하고 무거울 줄 알았는데 굉장히 의외였어요. 주지훈씨 같은 경우 드라마 ‘궁’ 때 스페셜 MC를 봤는데 그땐 긴장해서 한마디도 못했거든요. 최근에는 말을 너무 잘해서 놀랐어요. 전지현씨는 ‘베를린’때 만났는데 예뻐서 놀랐죠.(웃음) 하정우씨와는 GV(관객과의 대화)를 같이 했는데, 끝나고 ‘앞으로 같이 다니자’고 하더라고요. 호흡이 잘 맞았던 거 같아요. ‘해무’의 김상호씨와 박유천씨도 너무 좋았어요. 유천씨는 배우로서의 고민과 고뇌가 정말 많더라고요. 아, 정우성씨도 톱스타이지만 정말 나이스한 분이죠. 다정하고 재밌어서 놀랐어요.
▲늘 준비하는 자세영화 제작보고회의 주인공은 감독과 배우들이라고 생각해요. 어찌 하면 그들을 빛나게 해주고 그간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죠. 미리 인터뷰한 자료들, 영화 보도자료나 영상을 다 보고 가요. 자료 조사와 리허설은 기본이고,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를 해둬야 합니다. 생방송은 아니지만 기사가 즉석에서 나가기 때문에 돌발상황에 대한 마음을 철저히 먹고 들어가요. 몇 년간 준비한 영화를 단 한 시간에 내보이는 자리인데, 그걸 잘못 전달하면 내 역할을 못한 거니까요.▲아내와 엄마..여자로서의 삶처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는 ‘내가 결혼한 여잔데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의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부질없더라고요. 그동안 나란 사람을 좋아해주고 사랑해준 건 나다운 모습이기 때문에 그렇단 생각이 들었어요. 원치 않아도 변할 때가 있을텐데 인위적으로 하면 대중들도 불편할 거 같더라고요. 1~2년 고민했지만 결국은 원래의 내 모습대로 하기로 방향을 잡았죠.▲앞으로의 계획야외에서 매주 주말에 ‘광화문 콘서트’를 해요. ‘두시의 데이트’ 덕분이죠. 가수들이 나와서 대화하고 이런 걸 매일 하다보니까 좋은 기회가 생겼어요. 영화 행사도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할 계획이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생각 중이죠. 옛날엔 거창하게 토크쇼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누구와도 대화가 막힘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두를 즐겁게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고요.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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