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어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경영진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조속한 제재를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는 이들 경영진과 관련 책임자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오는 11일부턴 출근을 저지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공공기관과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금융기관 등에서 낙하산 임명을 반대하며 출근을 막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처럼 금융사고 등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을 문책해달라며 출근 저지까지 예고하고 나선 경우는 처음이다. KB금융과 국민은행에선 지난해 가을부터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기금 횡령, 고객 개인정보 유출 등 사건사고가 빈발했다. 올 5월에는 주 전산기 교체를 놓고 지주사와 은행 경영진, 이사회 간 다툼이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제재심의원회를 지난 6월부터 네 차례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오는 14일 다섯 번째 회의를 앞두고 있다. 징계 결정이 늦어진 표면적 이유는 당사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그새 감사원이 고객정보 유출 관련 감사결과가 나온 뒤 제재하라고 제동을 걸었다. 제재 당사자들의 전방위 구명 로비설과 청와대 참모진 교체 이후 중징계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낙하산 출신의 경영진이 재임 기간에 벌어진 사건사고와 잘못된 경영판단의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연줄을 대 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비쳐진다. 문제는 징계 방침 통보 이후 석 달 가까이 시간을 끌면서 은행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1위를 유지하던 KB금융지주는 3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고객 신인도가 나빠지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노조는 제재 당사자들이 개인 소명에 열중하는 사이 보고 체계가 무너지고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외부 입김이나 로비에 흔들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 여부를 서둘러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은행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주인 없는 금융기관의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대한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낙하산 인사 유혹을 잠재우지 않는 한 금융 선진화와 공공기관 개혁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