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돼지머리 수사’, 처음부터 완전 헛다리?

100일 지나도록 깃털만 건드린 檢…정부 구조실패 비판여론 ‘유병언 일가’에 책임전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4월20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일가 비리 의혹을 캐고자 수사팀을 꾸린 지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뻔한 의도'로 시작해 '허망한 결말'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 장남 유대균(44)씨 검거와 운전기사 양회정(56)씨 자수를 끝으로 국내 수배자와 관련한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 일가 수사에 집중할 때부터 '돼지머리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적인 분노를 한쪽으로 몰아가고자 유병언 일가 수사에 집중한다는 비판이었다.  검찰은 누적인원 100만명이 넘는 경찰인력의 협조를 얻어 수사에 나섰지만, 의혹의 핵심인 유 전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되고 또 다른 핵심인 차남 유혁기씨에 대해서는 소재 파악도 하지 못했다. 유대균씨 검거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그마저 경찰이 검거한 결과물이다.  유 전 회장 가족과 측근 등을 구속했지만 경영비리 의혹을 풀어줄 핵심인물은 아니라는 점에서 '몸통'은 건드리지 못한 채 '깃털'만 잡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병언 일가 수사는 처음부터 한계가 뚜렷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DNA 결과 분석 등을 토대로 변사체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맞다고 발표했다.

유병언 일가의 경영비리 의혹을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뒤따를 수밖에 없고, '구조 실패' 문제와는 동떨어진 사안이라는 비판이었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소극적인 구조 논란을 일으켰던 '목포해경 123정' 책임자를 29일 긴급 체포했지만 '뒷북 수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유병언 일가 수사와 비교할 때 해경관련 수사는 수사 성과도, 속도도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유 전 회장을 비롯해 양회정씨 등을 눈앞에서 놓치는 등 수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유 전 회장의 사인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등 핵심적인 의문도 여전하다.  전체적으로 유병언 일가 수사는 문제가 많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역설적으로 성과로 느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 초기 구조실패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었고 정부의 부실한 시스템에 대한 문제로 번졌지만 '유병언 수사드라마'가 이어지면서 여론의 시선을 정부에서 유병언 일가 쪽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오영중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참사 특별위원회 진상조사단장은 "국민적인 분노를 유 전 회장에게 몰아가려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성공한 결과"라면서 "허울 좋은 수사에 허망한 결과로 근본적인 사고원인 규명과 무관한 완전히 헛다리짚은 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검찰은 국내 수배자와 관련한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수사팀을 개편하는 한편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차남 혁기씨 등에 대한 수사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혁기씨 등의 검거를 위해 대검 국제협력단과 법무부가 미국 연방검찰, 국토안보부 등과 공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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