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의 41조 베팅…경기부양 잭팟 터뜨릴까?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오른쪽에 기재부 추경호 1차관, 정은보 차관보, 최원목 기조실장.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정부가 24일 발표한 새 경제팀 경제정책방향은 내수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위한 모든 정책의 총동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총리 내정 이후 40일 만에, 취임 후 8일 만에 내놓은 '첫 작품'은 증세와 추경 없이 하반기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비와 투자의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환류시켜 경제선순환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대신에 '새 경제팀 경제정책방향'이라는 명칭을 단 것도 정책기조와 방향, 세부실행과제를 완전히 새로운 판 위에서 짰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가만히 있다간 日 잃어버린 20년 꼴= 최 부총리가 재정적자와 가계부채 증가라는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41조원의 경기부양 패키지와 부동산규제를 풀기로 한 것은 자칫하다간 '잃어버린 20년'을 거친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이번 정책방향의 가장 큰 특징은 성장률 등 거시전망 수정이다. 정부는 작년 12월에는 올해 성장률을 4.1%(옛 기준 3.9%)로 내다봤지만 이번에 3.7%로 0.4%포인트나 낮췄다. 민간소비도 당초 전망(3.3%)보다 크게 둔회된 2.0% 증가로 수정했다. 취업자 수 증가는 1분기에 사상 유례없는 양호한 실적(73만명)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고 여파와 경기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하반기 노동수요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고 당초와 같은 연간 45만명을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는 2.3% 전망을 1.8%로 낮춰 2년 연속 1%대로 내다봤다.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내수다. 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흑자'의 거시경제 왜곡현상도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보는 바람직한 균형은 성장 4.0%, 물가 3.0%, 경상수지(국내총생산(GDP) 대비) 4.0%다. 그런데 1분기의 지표를 보면 성장은 3.9%, 물가는 1.1%, 경상수지는 6.6%였다. 최 부총리는 이전 정부와 1기 경제팀이 해온 정책방향에 대해 "관행적이고 도식적인 대응으로서 소극적인 정책대응이 정책의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과감하고 공격적인 정책을 통해 경제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도전적 목표를 제시했다.◆정책방향 핵심은 내수활성화= 정책방향에서 가장 먼저 제시된 내수활성화에는 새 경제팀 경제정책의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 당장 하반기에 서민주택구입과 임대주택지원 6조원을 비롯해 총 11조7000억원이 경기부양에 투입된다. GDP의 0.82% 정도다. 과거 대규모 경기침체에 했던 극복용 추경을 제외하곤 통상적 경기대응 추경규모(GDP의 0.5% 수준)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11조7000억원의 재정이 보강되면 GDP는 올해 0.1%포인트, 내년 0.1%포인트를 각각 끌어올리는 효과를 예상했다. 41조원을 포함한 대규모 경기부양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올해 성장률은 0.1~0.2%포인트, 내년 성장률은 0.3%포인트 내외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책효과가 전부 반영되면 올 성장률은 수정전망치인 3.7%에서 3.8~4.0%, 내년 성장률은 4.0%에서 4.3%로 높아진다.최 부총리는 재정수지가 악화되는 한이 있더라도 경제를 살려 세수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고 보고, 기존 긴축적인 축소균형을 확대균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규모도 당초 전망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도 예산규모는 올해 본예산(355조8000억원)에서 중기재정계획상 총지출증가율(3.5%)이 반영된 370조원 안팎에서 정해질 예정이었다. 경기부양성 지출확대와 안전ㆍ농업ㆍ일자리창출을 위한 창조경제부문도 예산을 증액기로 해 전체적으로는 380조원 이상까지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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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관건…재정악화 등 우려도= 41조원짜리 경제정책방향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기금과 정책금융기관 등 정부 통제하에 있는 경로에서 더 많은 돈을 투입하는 것이 내수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지적이다. 정책효과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LTV와 DTI의 규제를 푼 것은 부동산경기를 살린다는 취지이지만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정부의 강점으로 평가받은 재정건전성 강화 노력이나 리스크관리 강화 등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통화당국과의 정책공조도 중요하다. 새 경제팀이 바라는 대로 내수가 살려면 시중에 돈이 풀려야 한다. 부동산규제를 푼 것도 주택거래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되는 게 목적이다. 금리인하가 동반되지 않으면 정부가 기대하는 주택경기 활성화는 요원해지고 경기부양의 정책효과가 반감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행과 공동 인식에 기초한 정책조합이 시급하다"면서 "과감한 재정확대와 기준금리 인하가 병행돼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소비심리와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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