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없는 경기 부양'… 이 총재, 고민 깊어질 듯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에둘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종용했다. 최 부총리는 21일 오전 이주열 한은 총재와 만나 "(팍팍한)경제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재정부와 한은이 경제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최 부총리의 '추경없는 경기부양' 의지를 고려하면,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한은이 총대를 매 달라는 당부로 풀이할 수 있다. 이 총재는 "경제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는 데에 적극 동의한다"고 답했지만, 사이 사이 드러나는 굳은 표정은 숨길 수 없었다. 이날 오전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두 사람은 환한 미소로 서로를 반겼지만, 모두발언 대부분은 최 부총리의 협조 요청이었다. 이 총재는 회담 시작을 3분 앞둔 오전 7시 27분 현장에 도착해 부총재 시절 친분이 있었던 재정부 은성수 국제경제관리관, 정은보 차관보 등과 인사를 나눴다. 2분 뒤 최 부총리가 입장했고,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두 수장은 "부총리 취임을 축하한다" "총재님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다"면서 덕담을 건넸지만, 짐짓 여유로운 최 부총리와 달리 이 총재의 표정에선 긴장감이 엿보였다. 이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불거진 한은의 독립성 논란을 의식한 듯 최대한 말을 아끼며 최 부총리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반면 이 총재와 마주앉은 최 부총리는 거침이 없었다. 최 부총리는 "재정부와 한은은 경제의 양 축"이라면서 "취임 후 현장에도 다녀왔고, 국회에도 갔지만 외부 기관을 만난 건 한은이 처음"이라는 말로 회동의 무게감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개인적으로는 1979년에 한국은행에 들어가 6개월여 다니다가 공무원으로 옮긴 일이 있다"면서 한은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은을 추어주듯 "한은은 한은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여기서 말한 '역할'이 어떤 의미인지를 두곤 해석이 엇갈렸다. 본론은 명확했다. 최 부총리는 "그동안에도 한은 간부와 재정부 차관들이 스스로 만나 경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들었다"면서 "앞으로도 거시 경제 인식을 공유하고 협력해서 한국 경제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의 당부에 이 총재는 "워낙 훌륭한 이력을 갖고 계시다"는 말로 화답하면서 최 부총리와의 경제 인식 공유에 나서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회동 후 양측은 함께 내놓은 자료를 통해 "세월호 사고의 영향 등으로 경기 회복세가 둔화돼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으며, 재정 등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를 이뤄 간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금리인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언급이다. 이날 두 수장의 만남에는 재정부 추경호 1차관과 정은보 차관보, 은성수 국제경제관리관, 김철주 경제정책국장 등이 배석했다. 한은에서는 장병화 부총재와 김준일 부총재보, 서영경 부총재보, 신운 조사국장 등이 함께 했다. 회동을 지켜본 한 시장 관게자는 "최 부총리 지명 직후 나온 이 총재와 최 부총리의 반응이 엇갈렸듯 한은은 태생적으로 수세적인 입장에 놓일 수 밖에 없는 기관"이라면서 "오늘 만남 이후 8월 금리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 이 총재의 고민이 한층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13일 최 부총리 지명 당일 이 총재는 '연세대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의 친분'을 묻자 "개인적인 관계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 당시 부총리 후보는 취재진에게 "국회 재정위 활동을 하며 친분을 쌓았다. 곧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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