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도 안돼 FIFA 랭킹 205위→185위다음 목표는 첫 승
2010년 6월 하나은행과 홍명보 장학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남아공 드림 스타디움 프로젝트'에 따라 건립된 남아공 유소년 축구장에서 임흥세 감독(맨 위 오른쪽 세 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아프리카에서도 최약체로 꼽히는 남수단 축구대표팀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최근 205위에서 18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남수단 대표팀 돌풍의 주역은 한국인 총감독.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은사로 알려진 임흥세 감독은 지난 1월부터 남수단 대표팀을 맡았다. 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축구판 울지마 톤즈' 남수단 대표팀이 달라졌다.남수단은 2011년 7월 수단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이후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끊이지 않는 나라다. 18세 미만 청소년들이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해 선수 층 자체가 얇다. 또 내전으로 곳곳이 폐허가 된 탓에 풀밭과 다름없는 그라운드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대표팀이 지난 5월 아프리카네이션스컵대회에서 모잠비크와 감격스러운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다.지난 3년간 국가대항전에서 부전승을 제외하면 패배의 쓴맛만 봤던 남수단은 지난 5월18일 모잠비크와의 1차전에서도 0-5로 대패했다. 하지만 임 감독은 모잠비크와 1차전 패배 원인을 찾고 그 팀의 다른 경기를 철저히 분석했다. 결국 5월30일 열린 2차전에서는 접전 끝에 0-0으로 비겼다.임 감독은 "남수단이 모잠비크와 2차전에서 비기자 어떤 관중은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다"며 그때 '코리안 코치 넘버원' 소리를 듣고 감동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그의 다음 목표는 남수단 대표팀의 첫 승리를 신고하는 것이다. 남수단은 오는 11월 아프리카 동남부국가 축구대회에 출전해 주변 국가를 상대로 첫 승 사냥에 나선다.하지만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팀만이 연습할 수 있는 전용 훈련장이나 합숙 시설은 꿈도 못 꾼다. 또 대표팀 선수 대부분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비정부기구 운전기사, 경찰, 오토바이 기사 등의 '투잡'을 뛰느라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감독 역시 지금까지 남수단축구협회로부터 월급을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임 감독은 "남수단 축구가 지금은 어린이 걸음마 단계이지만 기본기부터 착실히 다지면서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갖춰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성수중학교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중학교 상비군 감독, 광운전자공고 감독 등을 거친 임 감독이 아프리카와 연을 맺은 것은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에이즈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통한 선교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임 감독은 축구 교육용 DVD와 교재를 제작해 남아공을 포함해 아프리카 54개 국가에 배포하며 축구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남아공보다 여건이 더 어려운 남수단으로 눈을 돌렸다. 2010년 선종한 고(故) 이태석 신부의 '제2의 고향'으로 불리는 남수단 톤즈에 축구 클럽을 만들어 600여명의 선수를 지도하기도 했다.임 감독은 "나중에는 아프리카의 가장 오지인 서쪽에서 축구 지도자를 하고 싶다"며 "축구를 통해 내전과 유혈 사태,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에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획취재팀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