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문제, 삼성이 '보상'을 최우선으로 한 이유는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권해영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와 백혈병 등 직업병에 걸린 피해자들에게 '보상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재발방지 대책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2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반올림과의 3차 대화 후 "발병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조기에 덜어드리기 위해 보상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처리하자고 했다"고 밝혔다.이어 "협상에 참여 중인 발병자와 가족 8명에 대한 보상을 먼저 하고 그 외 관계자들로 보상을 확대하자고 했다"며 "보상 기준과 대상을 선정하기 어려운 만큼 공신력 있는 기구를 통해 보상 발병 기준, 보상 대상, 보상 수준 등을 결정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삼성전자가 보상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사업장에서 관련 질병의 인과관계를 따지고, 왜 이런 병이 생겨났는지 밝히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노동자와 연관됐다고 논란되는 병은 백혈병뿐만이 아니다. 림프종, 유방암, 뇌종양 등 여러 질병이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 문제가 명확하게 입증된 적은 아직 없다. 과거 미국 IBM사에서 일하다 암에 걸린 노동자들도 소송을 냈지만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회사로부터 개별적인 보상을 받는 데 그쳤다. 이렇게 입증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 만큼, 일단은 고통받는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한 후 재발방지 대책이나 인과관계 입증에 나서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백 전무는 "보상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만큼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이날 제안한 내용에 대해 가족과 반올림 측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이른 시일 내에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반올림과 피해자, 피해자 가족 측은 삼성 측의 제안에 구체적인 답변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는 "오늘은 삼성 측이 제시한 이야기를 잘 듣는 자리였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내부적으로 검토한 후에 밝히겠다"고 전했다. 삼성이 제안한 것처럼 보상위원회가 설립된다면 보상위원회 구성원은 관련분야 교수나 기관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구성원은 반올림과 피해자 측이 의견을 내도록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최우선으로 강조한 것은 보상이지만, 이 문제를 돈으로만 끝내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좋을 것은 없다. 이번에 정확한 기준을 세워놓지 않으면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같은 논란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보상을 진행한 후 백혈병 등 직업병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서는 좀 더 대화를 나누고 필요하다면 제3의 종합기구를 설립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백 전무는 "회사가 (백혈병 근로자와 관련해) 누구보다도 큰 관심을 갖고 있고 회사가 펼치고 있는 노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며 "이런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면 전문성 있는 제3의 종합 기구를 설립해 (보상을) 추진하자고 했다"고 전했다.한편 삼성전자와 반올림 양측은 향후 2주에 한 차례씩 협상을 진행하고, 필요시 주기를 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양측에서 2인 이상이 참여하면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이날 삼성전자 협상단 대표는 백수현 커뮤니케이션팀 전무(선임)·최완우 디바이스솔루션(DS) 인사 담당 상무·백수하 커뮤니케이션팀 상무·최희정 변호사·이민섭 DS 인사 부장 등 5명으로 구성됐다. 반올림 측에서는 황상기(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 아버지)씨·유가족·이종란 노무사 등이 대표로 참석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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