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 '국민께 드리는 글'

세월호를 수색하다 사망하신 잠수사 유가족 여러분께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많은 도움을 주신 전국의 수많은 자원봉사자여러분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제 학교로 돌아갑니다. 71일만입니다. 수학여행을 간다며 들뜬 마음으로 학교를 떠났다가, 친구들과 선생님을 잃고, '침몰'과 '탈출'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안고 다시 학교로 돌아갑니다. 학교로 돌아가는 건 아이들의 선택이었습니다. 학생으로서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함입니다. 함께 등교하던 친구가 없고, 함께 공부하던 선생님이 계시지 않지만, 그 몫까지 해내려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만큼 여전히 두려움도 갖고 있습니다. 단원고 교복을 입고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불쌍하게 쳐다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도 합니다. 우리 부모들은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아이들을 다시 학교에 보내는 것이 두렵고,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아이들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그래서 국민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안산시민들에게 호소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길에서 만나게 되면,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대해주세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웃거나, 더 많이 울거나 하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언론에 호소합니다. 우리는 현장과 다른 내용을 내보내는 언론을 보았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을 취재하려 달려드는 언론을 보았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접근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에 호소합니다. 이 사회의 교육은 달라져야 합니다. 부모들이 믿고 보낼 수 있는 학교가 되도록 학교 교육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의 노력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와 국회에 호소합니다. 우선 실종자의 조속한 수습에 만전을 기해주십시오. 아직도 열두명의 실종자들이 바다 속에 있고, 그 가족들은 71일 동안 그 바다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 국정조사가 내실 있게 진행되기를 촉구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현재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범국민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들은 가족대책위와 함께 범국민서명운동을 적극적으로 함께 벌여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4월16일 그날을 잊지 말아주세요. 세월호를 잊으면 대한민국이 잊혀집니다.  2014년 6월 25일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 일동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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