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오른쪽)
[이구아수(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모험과 신뢰.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5)이 갈림길에 서 있다. 16강 진출의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싸워야 하는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자신의 지도자 인생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23일(한국시간) 알제리에 당한 참패(2-4)는 전략 부재의 결과다.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사용한 전술과 똑같은 선수 구성은 발이 빠르고 개인기가 좋은 알제리의 사냥감으로 전락했다. 오히려 선수 다섯 명을 바꿔 승부를 건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62)의 투지와 지략이 돋보였다.비장의 무기라던 전력 분석도 효과가 없었다. 알제리의 최근 두 차례 평가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안톤 두 샤트니에 전력담당 코치(56ㆍ네덜란드)가 전달한 예상 시나리오는 완전히 빗나갔다. 그는 "알제리는 역습이 뛰어나고 상대의 실수를 기다렸다가 공격하는 전술을 구사한다"며 "러시아와의 경기에서처럼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알제리는 초반부터 강공을 퍼부어 전반 10여분 만에 대표팀을 KO시켰다.한국은 이미 튀니지(0-1 패), 가나(0-4 패) 등 본선을 앞두고 열린 두 차례 평가전에서 아프리카 팀에 호되게 당했다. 미리 울린 경고음에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생각은 한결 같았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부터 한 달 넘게 공들인 맞춤형 전술로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목표했던 승점을 얻었으나 이후로는 무방비 상태였다는 것이 결과로 드러났다. 왼쪽 측면 공격수 손흥민(22ㆍ레버쿠젠)은 "알제리가 경기한 비디오를 충분히 봤다. 선수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실전에서 준비한 부분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했으나 내용 면에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훈련 중인 이청용(왼), 구자철(가운데), 박주영(오른쪽)
러시아와의 경기 이후 알제리와의 경기를 준비하기까지 호흡을 맞춘 기간은 닷새였다. 벨기에와의 경기를 준비할 시간은 이보다 하루가 적다. 회복훈련과 이동에 필요한 시간까지 감안하면 한 두 차례 훈련으로 총력전을 준비해야 한다.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벨기에는 한국과의 경기에 주전 선수 일부를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우리에게 희소식이 아니라 혼란을 줄 수도 있다. 벨기에의 최종 명단 스물세 명 가운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만 열한 명이다. 독일과 스페인 등 명문 리그 출신들도 칼을 벼리고 있다. 선발과 후보의 기량을 구분할 수 없는 탄탄한 전력이다. 대표팀이 앞선 두 경기에서 이렇다 할 위력을 보이지 못한 선발 명단을 고수한다면 상대의 철저한 분석에 또 한 번 무너질 위험이 크다.대표팀은 분위기 쇄신에 초점을 맞춘다지만 벨기에를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근호(29ㆍ상주)는 "벨기에와의 경기에 누가 출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정신적으로 새롭게 무장하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구자철(25ㆍ마인츠)도 "알제리와의 경기 후반전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 벨기에를 상대로도 같은 경기력을 보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틀에 박힌 대답을 했을 뿐이다. 판단과 선택은 홍 감독의 몫이다. 박주영(29ㆍ아스날)의 선발 기용,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문제로 지적된 선수 교체 시점과 선수 선택 등이 실패였다면 만회할 기회는 한 경기뿐이다. 그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스포츠레저부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